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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May 02. 2024

등산회를 조직하다

일상의 재미를 추구하는 삶

 내 인생의 모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근본은 재미있는 삶이다. 따라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 재미를 추구하는 삶을 지향한다. 현대사회에서 사회의 안전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법을 만들어 사회를 통제하는데, 굳이 내가 나 스스로 또 다른 틀을 만들어 나를 가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재미의 한 부분이 직장생활에서의 즐거움이다. 업무가 즐겁고 재미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려운 부분이니 직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론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등산회의 조직이 나의 직장생활에서 어떤 재미를 주게 되었는지 그 시작과 현재로 한 번 다 같이 출발해 보자. 


등산의 시작

 아주 오래된 호랑이 담배 피우던 20세기에는 학교에는 돈이 넘쳐났다. 각종 문제지 선정에 뒷돈이 오가거나, 촌지라는 뇌물을 주고받고, 치맛바람 센 학부모들의 찬조 등이 교직사회에 만연했다. 이를 깔끔이 해결한 것이 나는 전교조의 활동과 김영란 법이라 생각한다. 흥청망청 대며 술자리가 만연하던 내로남불의 시절이 끝나고 이제 내돈내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진정한 직장 내 친목에 의한 만남들이 구체화되어 가고 있던 시절에 나는 등산을 좋아하는 후배와 둘이 등산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이었고, 가까운 앞산을 중심으로 매년 시험기간을 활용하여 등산을 하고 있다. MZ세대의 젊은 교사들은 X세대 이전의 교사들과 달리 버스를 타고 등산을 다니거나 많은 시간을 내어 산을 찾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근거리에 있는 산을 정해놓고 다양한 코스로 다양한 계절에 등산을 떠나는 것이 모임의 목적에도 부합한다. 

2명에서 시작한 등산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며 성장하기 시작한다.

 본인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참여하는 등산이라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하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이 언제인지 파악하고 오른쪽 사진과 같이 살얼음이 동동 뜬 막걸리도 준비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자들만 참여하던 등산이 어느덧 여자들도 참여하면서 화기애애한 등산이 시작되었다. 물론 등산은 참여하지 않고 술자리만 참여하고자 하는 술꾼들의 참여를 막는 제도도 만들어 시행하면서 시원하거나 뜨뜻한 바람 속에 등산을 하고 한 잔 기울이는 멋진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등산의 꽃, 하산주

 등산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정상을 밟았을 때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첫 번째요, 하산을 마치고 더워진 몸을 식히는 시원한 막걸리가 그다음이라 말하고 싶다. 그래서 등산 계획에서 중요한 것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하산 후 모임장소를 잡는 것이다. 대구에 위치한 앞산은 다양한 등산코스로도 유명하지만, 산 주변에 모여있는 무수히 많은 식당들이 등산을 마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 유명한 대덕식당부터, 인디언 BBQ식당, 고령촌 돼지찌개 등의 전통적인 식당부터 카페와 인스타 맛집까지 주변에 즐비하여 그저 등산은 거들뿐, 이후 먹는 것이 메인으로 변할 정도로 맛집이 많다. 우리들의 등산도 2명이 되었든 10명이 되었든 주변 유명한 맛집에서 막걸리로 하산주를 곁들이곤 했다.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혼자 참여한 등산후 하산주(왼쪽), 코로나 시기 첫 등산(가운데), 기억안나는 술자리(오른쪽)

 등산으로 재미를 느끼고 이어지는 하산주 자리는 자주 대화할 수 없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가능케 했고,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되었다. 점심을 먹고 올라가면 저녁을 겸한 술자리로, 점심 전에 올라가면 김밥하나 먹고 점식과 저녁사이 하산주가 이어졌다. 특히, 봄과 가을의 상쾌한 날씨는 몸과 마음을 쾌적하게 하고 술맛을 배가시키는 영향을 주곤 했다. 


등산 모임의 흥망성쇠

 등산을 좋아하는 후배교사와 둘이 시작한 등산은 5년 차를 거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망하진 않았다. 비가 오거나, 너무 춥거나 더우면 참여율이 떨어져 아무도 참여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땐, 올드보이인 내가 홀로 참여하여 모임의 끈을 놓지 않고 등산을 이어나갔다. 매력적인 남녀회원이 들어올 때면 15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참여하기도 했다. 역시 매력적인 몸과 얼굴은 회원들을 끄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렇게 코로나-19 시기를 넘기고 최대전성기였던 2022-23년 시즌을 넘기고 처음으로 2024 시즌 첫 번째 등산이 시작되었다. 초창기 멤버였던 후배를 회장으로 내가 총무로 첫 번째 등산을 추진했는데, 원래 등산을 하려던 날짜를 후배가 소프트볼 팀에게 양보하면서 첫 등산은 4명이 떠나게 되었다. 모두 남자라는 게 안타깝기도 했지만, 김밥 한 줄 먹고 이동해서 등산을 시작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등산능력 최하였던 동료가 뭘 했는지 레벨업을 하여 빠르게 정상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했던 곳을 넘어 앞산정상까지 가기로 했고 무사하게 도착했다. 내려오는 길은 빠른 길로 급경사의 길을 골랐고 모두 무사히 도착해서 즐겁게 점심 겸 저녁을 먹고 각자 교통수단으로 집으로 향했다. 쇠하되 망하지 않는 등산 모임을 꾸준히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한 2024 시즌 첫 번째 등산이었다. 맑은 공기와 함께 맑은 정신으로 첫 번째 등산을 마무리한다. 

앞산 정산, 대구시 전경은 아니고 반틈?, 고령촌돼지찌개&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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