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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Jun 27. 2024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하여

부부 갈등의 다양성

집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집:  사람이나 동물이 거주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보통 벽과 지붕이 있으며, 추위와 더위, 비바람을 막아 준다. 좁은 뜻으로는 인간이 사는 집, 곧 주택(住宅)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렇듯 집은 인간이 생활해 나가는 물리적인 장소로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고, 과거에는 동물로부터 보호도 해 줬으며,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편안한 휴식의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도 가족들마다 다르며, 휴식이라는 것 역시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을진 저 아파드들과 앞산에서 바라본 수성구, 그리고 금오산의 암자


 이렇게 사건은 2024년 6월의 어느 날 일어났다. 2024년 1월 한 달 동안을 두 아들과 함께 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왔는데, 와이프는 이 시간 동안 처제의 아이들을 장모님과 돌보며 인생에 다시없을 한 달 동안 육아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놓쳐 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으니 그 아쉬움은 와이프의 몫일뿐 내가 아쉬워하거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가족 사이에는 말 그대로 '사이'가 존재해야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6월의 어느 날 와이프는 아들 둘을 데리고 처남 식구들과 배에서 2박을 하는 2박 3일의 시모노세키 여행을 떠난다고 하였다. 요일도 적당하게 토일월.

 마땅히 나도 할 건 없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내가 같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더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마침 토요일에 모임이 있어 친구들과 요즘 유행한다는 오마카세의 개저씨 버전의 '이모카세'를 하는 식당에 들러 술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친구와 한 잔 더 기울이다 잠을 자고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다. 숙취를 해소하지 못한 친구에게 친히 물냉면을 하나 삶아서 대접한 것은 친구에 대한 도리 아니겠나?

항아리 김치찜에서 이모카세로 막걸리 한잔(이모카세는 인당 1.5만원에 차려지는 10가지 안주를 말한다.)

 2박 3일 중 2일 차인 일요일이 되었다. 혼자 집에 남아 자유를 즐기기 위해선 또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법. 밀린 빨래를 하고, 청소도 대충 하고, 설거지도 하고 내일 돌아올 가족들을 위해 기본적인 집 정리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일요일을 보내고 저녁이 되어 혼자 저녁을 차려 먹으려 비빔국수와 돼지 양배추 조림을 하면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친구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혼자 집에 있는데, 나와서 막걸리나 한잔 하자고....!"


이 얼마나 맘이 깊은 친구인가? 하는 생각을 가졌지만, 일요일을 마무리하고 어제의 전작도 있고 해서 정중히 거절을 했는데, 자꾸 나오라고 해서 차라리 친구들을 불러서 마시자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오라고 통보를 했다.  여기서부터 부부싸움의 씨앗이 잉태한 것인가? 하지만, 뭐 물은 벌써 엎질러진 것이고, 쏜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 간단하게 마실 요량으로 준비하던 고기를 좀 더 굽고, 골뱅이 캔을 따고, 국수를 삶아 초장과 비빔면 장에 비벼 간단한 음식을 만들었다. 국수가 불어 터질 즈음 친구 녀석 둘이서 초인종을 눌렀다. 친구 녀석 손에는 막걸리 10병과 족발편육 1팩, 순대 1팩이 들려 있었다. 이를 보는 순간 뭔가 잘 못 됐음을 느꼈다. 이거 내일 출근 못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함께...

내가 만든 안주(우)를 먹으며 우린 막걸리 14병을 마셨지, 옛날 즐겨듣던 음악을 배경삼아

 요즘 다들 와이프랑 사이가 좋지 않은데,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게 이어졌고 어느덧 인당 5병에 달하는 막걸리를 마시고 새벽 12시를 넘어 술자리가 끝났다. 나는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식탁을 치우려다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의 두려움은 숙취 이후의 아침도 일찍 맞이하게 해 준다. 6:30분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이는 건 치우지 않은 막걸리 병과 접시들... 번개와 같은 속도로 종량제 봉투와 막걸리 병을 들고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투척하고 집으로 돌아와 접시를 닦고 컵을 씻고 마무리한 후 출근을 했다. 뭔가 마음이 꺼림칙하게 걸리면서. 그날 오후 집에 도착한 와이프에게 카톡이 왔다. 집에 누가 왔다가 갔느냐고? 나는 친구들과 전날 한 잔 했다고 했는데, 문제는 접시 3개와 컵 3개를 원위치시켜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컷 증거를 없앴는데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못한 것이었다. 저녁엔 이를 주제로 한바탕 언쟁과 싸움이 일어났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는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왜 여자들은 남편의 친구는 물론, 본인의 친구, 본가 식구들이 본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 것일까? 처가 식구의 방문은 또 관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이 싫어하면 남편은 그냥 따라야 하는가? 를 중심으로 다음 글을 써보고자 한다.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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