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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Nov 11. 2024

개구리 구이가 된 닭 전!

음식으로의 여행

 일상적으로 점심은 출근을 해서 급식을 먹는다. 아침은 대부분 건너뛰고 출근해서 계란을 삶아 1~2개를 먹는 것으로 끝. 저녁은 야근을 하거나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먹는 것이 대부분이라 실제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경우는 적다. 일찍 퇴근해서 저녁을 차려주는 경우라도, 다이어트만 항상 하는 와이프는 저녁을 먹지 않고, 아이들 저녁은 학원시간이 들쑥날쑥이라 미리 해놓은 음식을 데워 먹이거나 밀키트를 이용해서 먹이는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평일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네 식구 모여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점심과 저녁을 주로 내가 차리는 편이다. 대부분 간단하게 찌개를 끓이거나 고기를 사서 구워 먹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씩 삘 받는 날이면 거창하게 뭘 해볼까 하는 생각에 음식 재료를 사서 도전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역시 나는 어느 분야건 도전하는 삶을 살지만, 그게 깊게 정착되어 전문적인 분야로 나가지는 않는다. 집에서 하는 요리 역시 그냥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태도로 하는 것이다. 

 특히, 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메뉴는 내가 집에 소홀한 시간이 많거나, 어떤 특별한 날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11월 첫 주 주말에는 10월 말에 목금토 3일이나 약속이 잡혀 새벽이 되어 집에 들어와 아이들 얼굴도 못 보고 술에 찌든 나날을 보낸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11월 둘째 주에는 유튜브를 보다가 닭 요리를 좋아하는 둘째가 떠올라 옷을 챙겨 입고 요리 재료를 사러 갔다. 두 번 모두 첫째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고 하며 나의 요리를 거부했지만, 나름 음식을 준비하면서 내가 음식 만드는 것을 즐기는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유쾌하게 만들어준 육회 비빔밥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밀려서 정해진 모임이라 빠질 수도 없어 3일 연속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취업에 성공한 후배와 한 잔, 20년 근속한 친구와 한 잔, 동네 절친과 한 잔으로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에 집에 있으면 분노의 화살을 가족들로부터 맞을 듯하여, 토요일 낮에 일요일에 육회 비빔밥을 해준다는 말을 하고 재료를 준비하러 오토바이를 타고 앞산에 도착하여 육회와 고기류를 준비해 뒀다. 일요일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우유, 계란 프라이로 먹고 점심으로 비빔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채소를 볶고 육회비빔밥과 함께 곁들일 소고기 뭇국도 끓이고 정리도 해 가면서 음식을 준비했다. 비빔밥용 재료를 모두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육회를 양념에 무쳐 큰 접시에 나눠 담았다. 첫째가 육회를 더 좋아하지만, 태권도 대회를 나가서 점심때 오지 못해 저녁에 먹을 만큼 덜어 놓고 가족들끼리 원하는 재료를 담고 양념장을 더해 각자 입 맛에 맞게 비벼 먹었다. 

채소는 다양하게 준비하고 가운데 육회를 셋팅한다.

 가게에 파는 육회 비빔밥은 육회의 양이 적지만 직접 육회를 사서 집에서 해 먹는 육회비빔밥은 재료가 풍성해서 솜씨가 부족해도 맛이 훨씬 풍부하다. 태권도 대회를 나갔던 첫째는 결국 저녁을 먹고 온다고 하여 남겨놓은 육회도 저녁으로 내가 먹었다. 올해 먹을 육회는 다 먹은 셈이라 할 수 있다. 채소 몇 가지만 볶고 새싹 채소 준비하면 5~6가지 재료가 나오니까 손은 많이 가더라도 건강식이라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이번 주 술자리로 소홀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떨칠 수 있었다. 


개구리 구이가 되어 버린 닭구이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영상을 통해 전해진다. 그것이 요리 채널일 수도 있고, 여행 채널에서 현지의 다양한 음식을 먹는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닭을 구워 놓은 썸네일이 보여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요리의 명칭은 '닭 전'인데 생닭을 넓게 펴지게 손질 한 뒤,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넓게 펴서 굽는 요리였다. 닭에서 나오는 기름을 활용해서 기름조차 넣지 않고 조리하는 것이라는 말에 꽂혀 토요일 아침 장을 보러 나섰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먹을 돼지갈비와 수육용 앞다리 살과 함께 닭 11호를 구매하여 집으로 위풍당당하게 복귀했다. 토요일엔 돼지를 활용하여 점심과 저녁을 준비하고 이제 대망의 닭 전을 일요일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이 요리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3차원인 생닭을 가위와 칼을 이용하여 2차원으로 손질하는 것이다. 뜨는 부위 없이 평평하게 손질하는 것이 핵심인데, 영상을 한 번 보고 손질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열심히 영상을 반복하며 나름 평평하게 손질을 해서 굽기에 들어갔다. 

냉장고에 2시간 숙성한 닭을 팬에 넣고 굽는데, 뒤집으니 껍질이 홀라당 벗겨져 있다.

 영상에는 분명히 기름을 한 스푼도 이용하지 않고 조리한다고 되어 있어 똑같은 방법으로 시도했지만, 코팅 팬이 아닌 것을 이용해서 인지, 예열이 충분하지 않아서 인지는 몰라도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맛있는 빛깔을 내야 할 닭 껍질이 팬에 눌어붙어 껍질이 훌러덩 벗겨져 버렸다. 역시 요리는 힘든 것이었다. 껍질이 팬에 눌어붙어 닭을 뒤집어도 마이야르 반응은커녕 잘 익지도 않았다. 차선책으로 팬을 바꿔 노릇함이 올라올 때까지 굽기로 했다. 비주얼은 엉망이 되었지만, 팬을 바꾸니 서서히 노릇해지는 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름 파전이나 김치전을 잘 굽고 뒤집기도 잘하는 편인데, 상하체가 분리된 닭은 고르게 잘 익지도 않아 일단 비주얼은 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겨우겨우 구워서 나름 닭 스테이크 같은 느낌은 조금 드는 듯 하다.

 비주얼이 사라졌으면 맛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으로 타지 않게 계속 익혔다. 다행히 둘째가 지나가면서 '뭔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라고 하여 먹는 데는 문제가 없겠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 구워서 각자 원하는 부분을 알아서 먹기로 하고, 나는 하프 마라톤 준비로 탄수화물을 안 먹어서 밥 없이 가슴살 하나는 가져와 스리라차 소스와 양배추 절임을 곁들여 점심을 마무리했다. 최근 도전한 다양한 요리에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요리였다. 닭 한 마리만 있으면 도전 가능한 요리라 다음 주에도 한 번 더 도전해 보고자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요리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먹이다 보면, 나의 술자리를 위한 외출이 좀 더 자유로워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기는 불순하더라도 결과는 가족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계속 나만의 요리 도전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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