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스키와 가고시마 화산여행
외딴 숙소에서 밤에 진도 6.9를 겪고 나니 다들 긴장을 했는지 숙면을 취하고 아침을 맞이했다. 환한 아침에 눈에 들어온 숙소는 어재와 달리 포근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침에 문을 연 식당이 많지 않아 아침식사는 건너뛰고 바닷가에 위치한 검은 모래 온천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온천으로 가는 길에 밭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온천이 발달한 지역인가 했으나 자세히 보니 밭두렁을 태우는 것이었다. 우리가 화산지대에 와서 모든 현상을 화산과 연관 지어 생각하다 보니 이런 에피소드도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검은 모래에 덮여 10분간 찜질을 해야 하는데, 아침 첫 손님으로 들어가서인지 25분 동안 찜질을 하도록 우리를 방치했다. 모래가 그리 뜨거운데 아니라 땀이 좀 날만할 때 찜질이 끝이 났고 해수온천에 몸을 담그고 개운한 맘으로 둘째 날 여행을 이어나갔다.
다음에 들른 곳은 장기곶이란 한자를 가진 곳이었다. 포항에 있는 장기곶과 동일한 한자를 쓰는 곳으로 바다의 신을 모신 신사가 있고 땅 끝에는 작은 등대가 있었다. 땅끝으로 가는 길 왼쪽에는 몇몇 고구마 소주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나가사키바나로 발음되는 장기곶에서 가이몬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화산암의 해변을 거닐다가 차로 돌아와 이케다 호수를 돌면서 가고시마로 가는 길에 유채꽃 밭이 있어 한 겨울에 봄을 만끽했다. 만발한 유채꽃에서는 생명력 강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침도 먹지 않아 슬슬 배가 고파와서 이동경로상에 위치한 야끼니꾸 가게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고기를 얼마나 먹었는지 거의 고기 무제한 요금만큼이나 나왔지만, 이때를 위해 모은 돈이니 부담 없이 점심을 즐기며 반주로 생맥주 10잔을 나눠 마셨다. 다들 술과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차를 몰고 30여 분을 달려 가고시마에 도착했다. 가고시마에서 메인 여행지는 매일 연기를 분출하고 있는 사쿠라마 섬 방문이었다. 지속적인 분출로 동쪽은 이제 섬과 연결되었지만, 서쪽은 아직 4대의 페리가 오가며 차량과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는 사쿠라지마는 더 위용이 대단했다. 여러 곳의 전망대를 거치며 바라보는 사쿠라지마와 가고시마 스카이라인은 우리에게 자연경관과 인문경관을 매력적이게 번갈아 보여줬다.
사쿠라지마 여행을 끝내고 다시 페리에 자동차를 싣고 가고시마로 돌아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주차장을 못 찾는 이슈가 발생했으나 달리기 선배의 몸으로 때우는 주차장 찾기와 일본어 전문회화 선배의 임기응변으로 무사히 차를 주차하고 가고시마의 중심가인 덴몬칸 골목에서 3차에 걸친 술자리를 가졌다. 두 번째 간 980엔(세금별도) 짜리 90분 무제한 술을 제공하는 술집인 Chikaivhi라는 이자카야에서 술을 너무 무식하게 마셔서 다들 체력을 방전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방전이 덜 됐는지 편의점에 들러 술을 더 사 들어왔고 밤 산책을 나간 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왔고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