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스키를 향하여
2년간 준비한 규슈 답사가 시작되었다.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다가 실제 여행 초반부에 피크를 찍는 것이 보통이다. 여행 2일 차에 1일 차 기행문을 쓰고 있는 지금 현재가 바로 피크가 아닐까? 여행은 아침 일찍 동이 트기도 전에 시작됐다. 왜관과 대구 모처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와 범어네거리에서 그리고 동대구 역에서 픽업을 한 뒤에 김해공항으로 차 한 대로 이동했다. 운전은 베스트 드라이버인 홍영감님께서 자원해 주셨고, 김해공항 군부대로 난입하기 전까진 완벽한 드라이브였다.
사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이 안되어 일본에 내려 hi hi렌터카에 예약한 8인승 차량에 6명이 타고 답사 겸 여행을 시작했다. 물론 일본 입국과정에서 우리의 홍영감님께서 4번의 입국거절의 에피소드로 큰 즐거움을 줬으나 더 이상 입에 담지 않기로 하고, 렌터카 업체 앞 라멘집에서 돈카츠 라멘(?)을 먹고 가장 장거리 이동인 이부스키까지 곧바로 이동했다. 저녁은 이부스키에서 유명한 흑돼지요리를 하는 향토 음식점에서 6개의 메뉴를 나눠서 든든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간단히 마실 술과 인주를 사러 슈퍼 마켓에 들렀다. 쇼핑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쇼핑 시간을 통해 맥주 18캔, 하이볼 2캔, 고구마소주 1.8리터를 구매하고 안주로는 각종 회를 필렛으로 구매하여 회로 첫날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간단히 마시자는 처음의 다짐은 1.8리터 고구마 소주 구매 순간부터 무너졌으나 다행히 다 마시지는 않았다.
장장 4시간이 넘는 운전시간을 통해 저녁도 해결하고 미리 예약한 해변가 숙소에 도착했다. 주인이 없는 바닷가 펜션을 독채로 빌리는 것이라 열쇠를 찾고 어둠 속에서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으나 6명의 무법자들 앞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구매해 온 각종 안주와 회를 도마 위에 나눠 담고 첫날의 일과를 정리하며 잔을 기울였다.
다양한 대화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술자리는 완벽했다. 처음엔 어색했던 숙소의 분위기도 시간이 흐르니 적응되고 아늑하게 느껴졌다.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우리의 첫날은 이 사건이 터지기 전 까지는 완벽한 듯했다. 이 사건은 바로 지진! 맘 편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휴대전화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말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하게 우리는 몸을 피해 건물 밖으로 이동했고, 그 이후에도 여진이 몇 번 반복됐다. 급하게 나오느라 대부분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건물 밖에서 이어지는 여진을 느끼며 공포에 휩싸였다. 이후 뉴스를 통해 확인한 강도는 진도 6.8 정도였다. 하지민 지진이 잦아들고 심신이 안정되자 우리는 지진의 에피소드와 여행의 대화로 남은 시간을 보내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평이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려 했고, 실제 그렇게 흘러갔지만, 밤에 일어난 지진은 조금의 걱정과 함께 여행을 더욱 긴박하게 했다. 다행히 후속 지진이 없어 무사히 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규슈 답사 1일 차는 마무리되었다. 같이 오지 못한 6명의 멤버들은 다음번에 꼭 같이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