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하여
어제는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계엄령을 선포하여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오전에 출근을 하여 일을 하고 정신과 육체의 정화를 위해서 등산을 하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젠 혼자 등산하다 다치면 큰일이 날 것 같아 혼자 등산을 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날은 꼭 등산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점심을 먹기 위해 조퇴를 하고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점심은 불경기에도 저렴하고 든든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직장 근처에 있는 돼지국밥집으로 향했다. 아직 돼지국밥 한 그릇에 6천 원이란 가격을 유지하며 장사하는 혜자스러운 곳이다. 이 집에서는 사람들이 수육정식을 많이 먹지만, 추운 날씨에는 역시 뜨뜻한 돼지국밥이 제격이라 돼지국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느라 사진을 찍지 못해 그전에 방문했던 수육정식으로 돼지고기의 퀄리티를 감상해 보기 바란다.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많아 동네 아저씨와 합석해서 점심을 먹었다. 아침도 먹지 않았지만, 성인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정도로 양이 푸짐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늘의 등산코스 출발점인 고산골로 이동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12월 초였지만, 영상의 기온으로 그리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원래 등산 계획은 고산골-산성산 정상-앞산 정상-큰골로 하산-은적사-강당골-고산골로 돌아오는 10km 이상의 거리였는데 일단 일몰시간이 지나면 등산이 어렵기 때문에 산성상 정상까지 가서 이후 코스를 수정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평일 조퇴를 하고 하는 등산이라 등산로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고산골에서 산성산으로 오르는 코스에는 중간지점쯤 용두산성 전망대라고 신천과 수성못, 수성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어 땀을 잠시 식히면서 휴식을 취했다.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빠른 걸음으로 산성산 정상에 도착했다. 휴식시간을 포함해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됐다. 여기에서 앞산 정상을 찍고 큰골로 하산하여 원점복귀하는 데까지 시간이 애매했지만, 몇 번의 고민 끝에 앞산 정상으로 발길을 향했다. 산성산에서 30분 정도 쉬지 않고 등산을 하면 앞산 정상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 동남아 사람들과 등산을 하는 몇몇의 남정네를 볼 수 있었다. 역시 대구시민에게는 산성산 보다는 앞산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앞산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산성산과 앞산 코스 사이에 있는 큰골로 이어지는 하산길로 하산을 했다. 수많은 계단과 정리되지 않은 돌길로 인해 등산이 쉽지는 않았다. 한 시간 정도 걸려서 큰골 입구에 위치한 '은적사'에 도착했다. 절에는 '비슬산 은적사'라고 적혀있었고 왕건이 전투에 패하고 몸을 숨긴 곳이라고 해서 '은적사'라를 명칭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은적사부터는 '앞산 자락길'이라고 해서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져 있어 쉽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주말이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이 찾는 등산로로 유명하다. 은적사를 출발하여 강당골을 거쳐 다시 출발 지점이었던 고산골까지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거리는 12km를 넘었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어제의 정신적 피폐함이 등산으로 어느 정도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새해에는 준비를 잘해서 홀로 등산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등산이 끝나고 맛집을 찾아 막걸리 한 잔 하는 일상의 행복이 2025년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건승하라!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