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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Oct 22. 2023

2023년 10월 20일의 한 장면

작고 흰 뭉게구름 한 덩이

#.

가을날 푸른 하늘에 흰 뭉게구름, 아까는 뭉게구름이 봉긋봉긋 세 개였는데... 그때 찍지 못했다.  수강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기 직전에 보니 작은 구름 덩이 한 개.  그래도 찍어두고 싶었다.  나의 사념이 얹힌 순간이니까.


#.

많은 경우 나는 결과물로서의 "글"을 소망한다.

소망하는 만큼 실행에 옮기는 것도 아니지만.


2023년 10월 20일 오후의 그 교실에서

강사가 던진 질문에서도 새삼 그러했다. 원래 4개의 질문에서 하나를 택하여 답하는 것이었으니 나는 답하기 좋은 다른 질문을 선택하면 될 터였다.

그런데도  굳이  아직 소망일 뿐인 또 한 권의 책작업에 대한 막연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시작도 안 한, 구도도 짜지 못한 그런 뜬구름을 잡고 있는 자신을 일부러 형용하여 보여주는 바보짓을 하였다. 내가 아주 맹탕은 아닐 것이라고 믿어주고 싶은 강사였지만  손 내밀어 구제해 주기엔 이미 늦었다.


희한한 건 부끄럼 잘 타는 내가 이런 나를  자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책하기엔 소망 자체가 너무도 진지하기에. 비록 게으름과 자신 없음으로 수많은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에게 연체에 연체를 거듭하는 악습은 여전할지언정, 나는 내 안에 품은 것을 잊은 건 아니었다.


#.

내 주변에는, 공부가 꿈이라거나, 작가가 꿈인 사람들이 있다.  많은 경우  그의 생활은 공부나 책하고 멀기만 하다. 잠깐 틈이 난다고 하여 꿈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없다. 그런데도 그런 꿈을 품고 있음에 자기 스스로가 매우 사랑스러운 눈치이다.


나도 이분들이 남 같지 않고 친근하다.  

같은 범주의 꿈을 지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대화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여기서 범주란 아주 넓은 의미로서의 문화를 말한다. 넓은 의미의 문화는 실질적으로 "인간다움"을 테마로 한 모든 영역일 터.


그래서  나는 (나여도 좋은) 어떤 사람의 꿈이 문화적이길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단지 그뿐인 채로도 세상은 바로 그만큼 평화로운 분위기로 변해간다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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