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종 종Mu Jan 25. 2024

무인도 행장

친구의 친구가 섬 주인

#.

 

ㅡ뭘 가져가면 돼?

ㅡ거기 다 있어.  굳이 가져가야겠다면  너 좋아하는 토마토와 감자 좀 챙기든지... 그런 게 없다는 게 아니라 네가 거기 가서도 토마토와 감자만 찾을까 봐  하는 말이지.


친구가 날 무인도로 초대했다.

지가 아는 어떤 형님의 무인도라는데 자주 놀러 갔다면서, 이번에 형님에게 나를 시인으로  소개하는 김에 초대하게 되었다고 했다.


형님이 무인도에 시비를 세우고 싶어 하니 나는 시 한 수만 읊어주면 된다 했다.

ㅡ 딱 한 수면 돼. 그럼 형님 무인도는 니가 아무 때나 들락거려도 되는 거지.  친구 덕분에 내 면설 거고, 형님은  형님대로 자기 섬에다 시를 새겨두면 기분이 날 것이고. 그야말로 일거삼득이지.


그런 말이 아니어도 첫마디에 알았다고 했을 나였다. 요즘 들어 여행이 고팠던 터에다 공짜여행이나 다름없는 조건에,   심지어 "무인도"라니!


ㅡ겨우 몇 백 미터 떨어진 섬이야.

그렇게 남해안에서 지척이라 해도 무인도는 무인도. 친구 형님의 사유지. 섬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낭만이 뿜어져 나왔다.


'안 가 볼 수가 없지...'

대단한 비상식량처럼 토마토와 감자를 여행가방에 넣으니 가방 반쪽이 남았다. 그 반쪽에다 섬에 머무는 동안  필요할 것 같은 영양제며 내의며 수건이며 칫솔이며 스킨이며 손에 집히는 대로 챙기려 할 즈음, 전화가 왔다. 친구였다.


ㅡ 야, 토마토 감자도  다 있대. 널 위해 특별히 쟁여놨대. 형님 말씀을 그대로 옮기면, 너는 그저 시인묵객으로 흰 구름  머물듯이 가볍게 들리면 된대. 생필품도 뭐도 걱정 말래. 옷은 내 거 입으면 것이고...  몸만 오면 된다.


'시인묵객으로 흰 구름  머물듯이라...'

싸고 있던 가방을 비우기로 했다. 토마토와 감자는 냉장고에 도로 넣었다. 책가방 대신이던 백팩을 내려,  한시집汉诗集 한 권과 불교경전 한 권. 휴대폰 충전기를 넣고 지퍼를 닫았다.


'구름이라면 이 정도의 중량? '

출발!

가뿐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뭐가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