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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Sep 10. 2024

오에 겐자부로 <회복하는 가족>

새 울음소리

#. 오에 겐자부로의 책 읽기를 미룬 것은:


폭염 탓이다. 정말로 지나친,ㅡ 폭염이란 한 마디로 다 표현이 안 되는 괴로운 기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채 책장을 거의 펼치지 못했다.

내 가슴에  진심과 존경을 일으킨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산문집이 책상 위에 일주일째 그대로인 건 숨이 턱턱 막히는 긴 무더위 탓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외출 가방에 끼어넣었다.

온종일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쳤지만 역시나 글 한 줄 더듬을 여유가 없다. 공기는 매캐한데 도시가 온통 찜통이다.


폭염주의보를 보니 강원도 몇 군데 빼고 전신이 붉은 우리나라.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 달 넘게 끌고 있던 감기기가 어젯밤을 고비로 깨끗해졌다는 사실이다. 가뿐해진 몸이 기뻐한다.


축하의 의미로 땀을 닦고 책장을 넘기는 저녁이다. ( 내일 계속 )


*내일 계속이라 쓴 이유는 두 가지였다, 다 쓰기엔 피곤했고  나머지 반쪽을 채워야  완결되기에. 그러나 완결을 언제까지나 미루고  싶다. 왜냐하면 너무 좋은 것은 혼자만 누리고 싶으니까...


#. 새소리:


에 겐자부로의 맏아들은 음악가로 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릴 적엔 한 사람 몫의 사람 구실은커녕 온 가족이 달려들어 돌봐야 할 정도로 뇌의 장애가 있었다. 아무리 부친이지만 정상적인 성장을 바랄 수 없는 맏이를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당혹스럽던 기분과 아이 어릴 때 100퍼센트 무반응인가 하면  음악소리 새소리에는 반응이 있어 그 점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경험담이 나온다. 백 가지 새소리 녹음을 구해 함께 들었다고...

 

새소리 녹음이라면 나도 선물 받은 일이 있다. 학부모가 준 테이프세트였다. 당시 새 연구로는 우리나라 최고로 알려진 윤 oo교수였는데 선물을 받기 전 나는 학부모에게 살짝 삐진 맘이았다. 3월 초 교무실에 들오신 학생 어머니가 담임인 나보다 먼저 생물과 담당교사를 찾아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나중에 담임인 내 자리로 왔기 때문이다. 학생의 아빠가 생물학과 교수인 관계로 중학생 아이를 가르칠 생물 선생에게 전공자로서 전해주고 싶은 물건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는데 나는 오해부터 한 것이다. '뭐지? 학기 초부터 담임을 따돌리고?'  

"새소리"란 단어에 작은 일에도 금세 삐지던 병아리 교사시절이 부끄럽게 떠올라 잠시 글 읽기를 멈춘다.

 

#. 내발적인 존경심 기점은:


글과 삶이 모두 진지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머리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큰아이가 있다. 그로 인해 젊은 소설가는 번뇌한다. 그러나 큰아이 히카리를 아버지로서 가족과  함께 간호하면서 이제까지 몰랐던 마치 종교인과도 같은 생명에 자체에 대한 경외심을 키울 수 있었고 그 깨달음들이 그의 문학에서 중요한 주제가 된다. 이 <회복하는 가족> 이란 산문집은 바로 그러한 변화에 대한 촘촘하고도 성스러운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내 생각엔, 아픈 자, 괴로워하는 자에 대한 깊은 공감. 그것이 단순히 관찰이나 동정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끌어안는 인류애로 나아간 데는 작가 특유의 정진,   사람으로서 정직과 성실을 다하려는 기질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딱 한번 오에 겐자부로를 본 적 있다.  저자의 강연회에 참석하였던 덕분에. 그날 나는 같이 간 지인의 호의로 <인생의 친척> 이란 책을 얻어 저자의 사인도 받아왔다. 내가 아리가또우, 라 인사했을 때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아주던 시선! 모국어를 듣자 일본여성도 왔는가 해서 바쁜 와중에도 무심코 시선을 올렸을 터이지만, 너무도 겸허하고 더할 수 없이 온중한 작가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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