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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경 Feb 06. 2024

실패 지점

저항의 힘

실패를 해야 한다니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싶지만 근력 운동이란 점을 이해하면 실패가 더 이상 실패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근력은 실패라고 느껴지는 그 지점이 운동 강도를 결정한다. 그 강도에 따라 근육이 생기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근육을 만들라고 했다. 6개월을 절뚝거리며 걸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고 직장을 다니면서 병원 진료를 다니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 건 더 더 괴로웠다. 보기만 하면 한 마디씩 하는 통에 되도록이면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 걷는 걸 애쓰자니 무진히 처량하였다. 중년 이후 왜 우울이 많아지는지 알 것 같다. 여태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몸은 낯설기만 하고 새로 태어난 아기처럼 발걸음을 떼 걷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울 일인가 짜증이 나다가도 휠체어를 타면 어쩌지 하는 불안에 빠지곤 했다. 이대로 가면 어떤 미래가 올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고관절에서 느껴지는 날카롭고 또렷한 통증이 마음까지 찌른다.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으면 감히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우스갯소리는 누군가의 눈물이 만들어낸 인생철학이 분명하다. 마음도 몸도 나이보다 훨씬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다. 

우리 몸에는 최소 200개 이상의 뼈와 600개 이상의 근육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어느 것 하나도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덤벨을 들면 호객 행위를 하는 바람 풍선처럼 팔이 마구 춤을 췄고 바벨을 들면 중력이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았다. 스스로 컨트롤을 할 수 없는 몸은 근육이 무엇인지 살이 무엇인지 뼈가 무엇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사라졌던 근육 이상의 근육을 얻어내고야 말았다. 의사 권유에 따라 헬스장 등록을 하고 운동을 한 건 신의 한 수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중력에 의한 저항을 이용해 근육을 만들어 가는 운동 방법이다. 근력은 근육 수축에 의하여 생기는 근육의 힘인데 보통 30세 정도까지는 증가를 하지만  중년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 근육을 위해 따로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근력 운동이 나이 듦을 멈추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근육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스스로 한 생체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내 신체 나이는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통 주인 말을 안 듣던 바보 같은 몸은 4년에 걸쳐 새롭게 프로그래밍 한 대로 이제 기억하고 움직인다. 몸에 대한 관대함을 버리고 오늘도 부들부들 실패 지점을 견딘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실패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이르러 포기를 하면 영영 실패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버티면  넘어가고 넘어가면 단단해진다. 뒤돌아보니, 애쓴 세월이 모두 실패 지점이었다. 오늘도 나는 무게를 끝까지 버텨 저항한다. 실패가 더 이상 실패가 아니라 저항의 힘이란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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