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편의 일들

민수기 말씀 묵상

by 노에시스
민수기 22:1~14[새 번역]
22:1 이스라엘 자손이 길을 떠나 모압 평지에 진을 쳤다. 그곳은 요단 강 건너, 곧 여리고 맞은편이다.
22:2 십볼의 아들 발락은 이스라엘이 아모리 사람에게 한 모든 일을 보았다.
22:3 모압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의 수가 대단히 많아서 몹시 무서워하였다. 모압 사람들은 이스라엘 자손이 나타난 것 때문에 두려워하였다.
22:4 모압 사람들이 미디안 장로들에게 말하였다. "이제 이 큰 무리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마치 소가 들판의 풀을 뜯어먹듯 합니다." 십볼의 아들 발락은 그 당시 모압의 왕이었다.
22:5 그는 브올의 아들 발람을 불러오려고 사신들을 브돌로 보내어 말을 전하게 하였다. 그 때에 발람은 큰 강 가, 자기 백성의 자손들이 사는 땅 브돌에 있었다. 발락이 한 말은 다음과 같다. "한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와서, 온 땅을 덮고 있습니다. 드디어 바로 나의 맞은편에까지 와서 자리잡았습니다.
22:6 이제 오셔서, 나를 보아서 이 백성을 저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너무 강해서,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나는 그들을 쳐부수어서 이 땅에서 쫓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대가 복을 비는 이는 복을 받고, 그대가 저주하는 이는 저주를 받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22:7 모압 장로들과 미디안 장로들은 길을 떠났다. 그들은 복채를 가지고 갔다. 발람에게 이르렀을 때에, 그들은 발락이 자기들에게 한 말을 전하였다.
22:8 그러자 발람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오늘 밤은 여기에서 지내십시오. 주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그 말씀을 들어 본 다음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모압 고관들은 발람과 함께 머물렀다.
22:9 하나님이 발람에게 오셔서 물으셨다. "너와 함께 있는 이 사람들이 누구냐?"
22:10 발람이 하나님께 아뢰었다. "십볼의 아들 발락 곧 모압 왕이 저에게 보낸 사신들입니다.
22:11 이집트에서 한 백성이 나왔는데, 그들이 온 땅을 덮었다고 합니다. 저더러 와서 발락에게 유리하도록 그 백성을 저주하여 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발락은 그 백성을 쳐부수어서, 그들을 쫓아낼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22:12 하나님이 발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사신들과 함께 가지 말아라. 이집트에서 나온 그 백성은 복을 받은 백성이니 저주하지도 말아라."
22:13 다음날 아침에 발람이 일어나, 발락이 보낸 고관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의 나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당신들과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22:14 그리하여 모압 고관들은 일어나 발락에게로 돌아가서 보고하였다. "발람이 우리와 함께 오기를 거절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이방의 점술가 발람과 대화를 나누셨다는 민수기의 기록은 조금 묘합니다. 발람은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자입니다. 하나님과 유일하게 대화를 나누던 자는 모세이며, 그 대화는 지도력의 상징으로까지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발람이 그와 같은 반열로 언급될만한가 싶습니다.



흔히, 점술가는 장래의 일들을 예견하여 복채를 받는 직업입니다. 점술은 신과 접해야 가능합니다. 미래는 미지의 세계이며, 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신들이 주관하는 영역에 어떤 통로가 있다는 것인지, 저로서는 발람과 하나님의 만남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점술은 좋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민수기에서는 점술가 발람을 돈을 탐하는 자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점술의 목적은 이 땅에서 오직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에 있습니다. 이타적이고 성숙한 인간이 되는데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구도의 길로 이끌지는 못합니다. 진리를 향하는 자들에게 미래는, 그것이 어떠한 삶이라도 긍정하게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여정을 멈추지 않고 걸어 나가게 하기에 점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왜 발람에게 말씀하셨던 것일까?



발람은 당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점술가였습니다. 그 당시의 신들은 민족의 수호신으로 존재하여, 민족의 문제를 다루려면 해당 민족의 신에게 물어야 했던 게 종교적 관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스라엘의 신께 기도를 드리며 뜻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10~11절, 발람이 하나님께 아뢰었다. "십볼의 아들 발락 곧 모압 왕이 저에게 보낸 사신들입니다. 이집트에서 한 백성이 나왔는데, 그들이 온 땅을 덮었다고 합니다. 저더러 와서 발락에게 유리하도록 그 백성을 저주하여 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발락은 그 백성을 쳐부수어서, 그들을 쫓아낼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의 사뭇 진지한 태도를 옆볼 수가 있습니다. 복채를 받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하나님)과 교섭을 하듯, 자기 입장에 유리하도록 말할 수 있을 텐데, 상황을 있는 사실대로 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가 전적으로 신의 판단에 맡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모압의 왕이 도움을 요청할 만한 점술가로 그를 꼽았다는 걸 미루어 볼 때(5절), 그가 그 세계에서 점술로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는 걸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경지에 오르는 자는 뒤편의 일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어떤 경지에 오를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겸손해집니다. 뒤편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이 세계의 거대함을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아는 것이 별 것 아니라는 것과, 자신의 힘으로 이 세계의 질서에 힘을 가할 수 없다는 사실이 선명해집니다. 그 무기력함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건 '살아 있음'입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이 세계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자유와 기쁨을 발견하고 획득하여 사는 것이겠지요.



그가 만약에 신이 뭐라고 한들, 자기 욕망에 휘둘려서 마음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였다면 애초에 하나님께서 그와 대화하려 하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발람에게 당신의 뜻을 드러내셨습니다.



12절, 하나님이 발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사신들과 함께 가지 말아라. 이집트에서 나온 그 백성은 복을 받은 백성이니 저주하지도 말아라."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약속에 땅에 이르기까지 4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을 품고 산다는 것은 무의미와 허무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생을 마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민수기는 뒤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기록을 통해 이스라엘 민족에게 그 소망을 꺼트리지 말라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복을 받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하나님이 뒤편에서 일하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는 실제로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돌아갑니다. 그 일들은 눈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현상을 통해 직관하고 이해하며, 세계에 관한 원리를 발견하기 위해 포착하고 판단하며 불안정한 학습을 지속할 뿐입니다. 우리가 자고 일어나는 순간에 식물과 나무 같은 자연도 호흡하고 자라나고 있고, 세계는 늘 깨어서 미래를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몸 안의 세밀한 변화도 모두 느끼고 알아차리기에 인간은 연약합니다. 그럼에도 그 뒤편의 일들은 생명을 회복시키고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며, 결핍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진리를 좇아 나선 발걸음이 지치면, 진리가 나를 걷게 합니다.

세상은 나의 것을 빼앗아 가면서도 여전히 딛고 살아갈 터전을 제공해 줍니다.

사람은 나를 힘들고 어렵게 하나,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에 대해 고뇌하게 만들고 사랑을 품게 합니다.

하나님이 행하시는 '뒤편의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자들은 세계의 뒤편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나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언제나 하나님은 뒤편에서 새롭게 창조하고 계시고,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근 편도 절제수술을 마치고 회복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죽만 먹어야 해서 살도 10kg 가까이 빠졌고, 회복되는 중에 목에서 피가 쏟아져 응급실에 가기도 했습니다. 피를 너무 쏟아 어지럽기도 했고 '아이고 죽겠다' 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며칠이 지나니 다시 수술 전과 같이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저의 삶의 뒤편에서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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