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3
남편과는 직장동료로 처음 만났다.
부서가 달라 말 한마디 안 해 본
얼굴만 아는 서먹한 사이였다.
어느 날 남편의 동기이자 나와 같은 부서 동료가
남편과 점심을 먹자며 약속을 잡아왔다.
여럿이서 함께 만난 그날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날부터 카톡을 보내기 시작한 남편은
주말 출근길에 나를 봤다는 핑계로
저녁 약속까지 잡는 친화력을 보였다.
당시 내가 재학 중이던
대학원 박사과정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에
별 의심 없이 식사 약속에 응했다.
웬걸.
대학원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대뜸 이상형을 물어보는 남편이었다.
아. 이 남자 다른 목적이 있구나!
2차로 간 위스키 바에서
어쩌다 나온 음악 이야기에
나는 유일하게 아는 클래식 한 곡을 언급했다.
“최근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들었는데 참 좋더라고요.“
“저도 그 곡 좋아해요. 라흐마니노프가 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곡을 만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참 아름답더라고요.“
돌아온 답변에 적잖이 놀랐다.
생각보다 매력적인 사람일 수도.
“저 어때요?”
이제 대놓고 마음을 드러낸다.
“결혼할 거 아니면 회사에서 연애하고 싶지 않아요.”
라는 나의 말에 돌아온 답변.
“만나봐야 결혼할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저 한번 만나봐요. 진짜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본인 마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겠느냐며
궁금한 건 다 답 해주겠다고 나를 보챘다.
지금 보니
첫 만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남편이다.
그는 여전히 우리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아기가 태어나고 티비를 못 트는 탓에
한동안 정말 ‘밥’만 먹었는데,
“난 우리가 요즘 영상을 보지 않고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참 좋아.“
하고 조잘대는 남편.
취향이 넓고 깊다는 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주짓수와 복싱을 사랑하지만
나보다 요가와 발레에 능숙하고,
와인을 좋아하지만 장인어른이 좋아하는
막걸리에 빠져 한동안 막걸리만 찾기도 하며,
매일밤 나에게 새로운 피아노 연주곡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나의 가장 애정하는 곡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다.
처음 만나던 날,
본인이 라흐마니노프만큼 손가락이 길 거라며
내 손을 잡아보던 귀여운 그가 생각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