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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영언니 Jan 16. 2024

SNS

참 착한 친구가 있다.

누구를 샘내고 질투하기보다는 늘 상대의 좋은 점을 보고 칭찬을 먼저 해주는, 그런 마음이 예쁜 친구다.

친구는 SNS에 예쁜 장소나 물건을 추천하기도 하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글로 좋았던 경험과 그날의 감사한 점, 배울 점을 적곤 했다.

    

어느 날 좋은 포스팅이 있어서 친구에게 공유했더니, SNS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SNS를 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는데 자신만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그랬다고 한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친구의 말을 곰곰이 되돌아보았다. 내가 아는 친구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질투하고 샘내는 그런 친구가 아닌데, 누구보다 열심히, 늘 최선을 다해 사는 친구인데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타인과 비교하다 속상해지는 이유는, 꼭 남들보다 더 낫고 싶어서, 더 좋은 것을 누리고 특별해지고 싶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자칫 ‘내가 그렇게 욕심이 많았나’ 하고 반성하게 될 수도 있지만, 속상한 감정의 근원은, ‘욕심’보다는 ‘불안’에 있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 일이 나랑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과거 그때에 나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그 사람과 대화할 때 다르게 말할 걸 그랬다... 수많은 걱정과 불안들이 해 질 녘의 어둠처럼 슬금슬금 내 마음을 잠식한다. ‘일상’이란 이름의 하루하루는 어느새 내가 책임져야 할 무거운 부채로 어깨에 드리워진다. 오늘 뭘 더 했어야 했지, 내일은 뭘 해야 하나, 어제 무엇을 잘못한 건 아닐까. 숨이 막힌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어둠에 잠식당해 무엇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일상은 예외 없이 찾아와 이게 맞느냐고 무서운 질문을 던진다.

    

인지행동치료라는 유명한 심리치료에 등장하는 개념 중 ‘인지적 오류’라는 말이 있다. 주변의 사건이나 상황, 환경을 해석하기 위한 정보 처리 과정에서 범하는 오류를 의미한다. 상황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흑백논리, 자신에 대한 엄격하고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강박적 부담 등은 대표적인 인지적 오류에 해당한다.

     

삶은 과정이다. 성공과 실패, 옳음과 그름처럼 흑과 백으로 이분화되는 것이 아니다. 삶에는 다양한 과정과 해석, 관점이 존재하며,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 삶은 절대 실패할 수 없다. 내 삶을 평가하고 속단하며 스스로가 만들어낸 불안에서 벗어나 연속된 삶의 과정으로서의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함과 만족을 찾는 것은 때때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는 삶은 모두 아름답다. 수많은 공백이 있기에 밤하늘의 별이 더욱 빛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매 순간 화려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일상 속 더없이 빛나는 순간이 있기에 아름답다. 미래가 보여주는 두려움의 허상이 아니라 오늘의 일상에 집중할 때 찰나의 아름다움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의 SNS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SNS 속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찰나를 공유한다. SNS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삶 속에 수많은 어두운 공백들이 존재할 것임을 안다. 드러나지 않지만 선명히 보이는 그 어둠 속에서 빛나는 찰나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고단하고 힘든 하루하루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여주는 SNS를 보며, 그들에게 저 순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잘 살고 있다는 자신이 없어 불안하고 고민된다면, 잠시 눈을 감고 내 삶의 별빛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 어떤 어두운 밤하늘일지라도, 별이 없는 밤하늘은 없다. 목표를 잃은 것 같은 순간에는, 옛날 사람들이 북극성을 보고 길을 찾듯 그저 내 별을 따라 걸어가 보기를 바란다. 나의 별이 나를 제대로 된 길로 이끌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를 한 편 소개하고 싶다.

이 시 속에서, 평범한 누군가의 인생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랬다지요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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