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에 내 좌석에 앉는 순간 허벅지 화상을 입을 뻔했다. 프로야구 잠실야구장 2시 낮경기. 태양이 작열하는 아래 난 왜 이경기를 굳이 고행을 자처하며 봐야 하는가는 생각을 오롯이 햇볕에 타들어가며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그늘로 들어가서 숨돌리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내가 와 본 실전관람 야구경기 중 가장 더웠다. 3회까지는 어떻게 버티긴 했다. 얼음을 계속 배어문다. 땀은 어느새 상체 속내의를 다 적셨다. 태양이 구름에 얼른 들어가길 바라고 바랬다. 가뜩이나 견디기 어려운데, 경기는 내가 응원하는 팀이 왕창 깨지고 있다. 결국 3회까지 버티고 버티다 나도 그늘로 향했다. 하지만 주변엔 끝까지 땀을 한바가지 흘리며 열띤 목소리로 응원하는 자들이 보였다. 저들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온힘을 다해 응원하는 자세가 저리도 변함없나. 한겨울에 경기를 해도 우두커니 그자리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을것 같다.
4회쯤 되니 경기는 이미 한창 기울었다. 11대 2. 감독은 후보선수들로 라인업을 잔뜩 교체했다. 이미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며 다음 경기 승부에 더 관심있어 보이는 듯 했다. 아들은 이미 매우 화나있었다. 이딴 경기 왜보냐고 빨리 집에 가자고 했다. 난 겨우 달래서 6회까지만 보자했다. 날도 더워 힘든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경기를 하다니.... 그리고 상대팀의 환호성이 계속 들려왔다. 내가 앉은 곳이 홈팀과 원정팀이 적당히 섞여있는 가운데 쪽이라 더욱 상대편 응원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하지만 딸과 아까 봤던 충성스러운 팬들은 오히려 더욱 열심히 응원했다. 11대 2가 11대 4가 되었을때 이들은 마치 승리한듯 목소리를 높여 즐거워했다.
진짜 팬심은 어떤 걸까? 큰 점수차에 져서 열받아 하는 사람일까? 그럼에도 끝까지 남아서 한번이라도 더 응원하고자 하는 사람일까? 난 아들, 딸 둘다에게 찐 팬이라고 해줬다. 둘다 팬심이 맞다. 내가 좋아하는 팀이 잘 되기 바라는 마음은 어찌보면 허무하다. 사실 경기에 지든 이기든 나에게 실제적인 이득은 없다. 단지 희노애락을 줄 뿐. 그 중 희(喜)와 락(樂)만을 취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더 중요한건 그 팀에 열정적으로 열중하고 진심을 다해 잘되길 바라는 내 자신이 되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팬이 됨으로써 엊는 넉넉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딸에게 좀더 찐~~ 팬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경기에 저도 속상하지만 잘되겠지, 잘될거야, 잘하자 라고 격려하는 마음. 적당한 팬심은 삶을 풍성하게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