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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영 Jan 23. 2024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한 남자가 죽었다.

육십 년 한평생을 뼈 빠지게 일만 하다가 죽었다.

남은 뼈와 살은 한 줌 가루가 되고

곱디고운 가루는 흙이 되고 바람이 될 것이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서른여덟 살 젊은 아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가.

아흔 살 노모의 소리 없는 곡소리가 들리는가.

늙은 어미의 굵은 눈물이 굵은 주름을 타고 내려온다.

열두 살 어린 딸은 죽음이 뭔지 알기에는 너무 어리다.


젊고 잘생긴 목사가 교회 사람들과 함께 왔다.

힘찬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른다.

어린 자녀가 엄마의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오듯이

죽은 자녀가 세상과 연을 끊고 천국에 간 것이니

주님이 기쁘게 맞이할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늙은 여자의 손을 잡고 환한 얼굴로 말한다.

노모는 순간 짧은 웃음으로 화답한다.


한 남자가 죽은 둘째 날

많은 사람이 영정 앞에서 애도하다가 식당으로 간다.

밥을 먹고 육개장을 먹고 떡을 먹는다.

칠성사이다와 환타를 마시거나 참이슬을 마신다.

잔칫집처럼 시끌벅적하다.

여기저기서 공통의 언어가 흘러나와 섞인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장례식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많은 사람이 김포공항 지하철역에 모였다.

하루를 산 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길이다.

지하 7층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탄다.

죽은 이보다 깊이 속으로 들어갔다가

살아내기 위해 다시 지상으로 나온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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