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민수 Dec 07. 2021

카메라로 삶의 지도 그리기

모든 사물은 다른 것과 연결을 통해 어떤 흐름은 받아들이고 어떤 흐름은 단절시키며, 새로운 능력을 얻거나 잃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면, 어떤 환경의 압력에서 무엇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 왔는지 살펴야 합니다. 만약 내가 변화하고 싶다면, 무엇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인지 결심해야 합니다.


카메라로 삶의 지도 그리기는 사진 화면이라는 실험실에서 카메라라는 촉매를 활용해, 자신의 잠재성을 확인하며 과거·현재·미래의 지도를 제작하는 과정입니다. 카메라와 사진은 묻혀 있던 기억을 솟아나게 하고(과거의 지도), 현재의 삶의 지형을 낯설게 보게 하며(현재의 지도),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잠재성이 펼쳐지게(미래의 지도) 합니다.



과거의 지도 그리기는 옛 사진에서 나를 발굴하여, 무엇들과 함께 살았는지 살펴봅니다. 우리는 여러 객체들이 모인 시공간적인 중력장에서 제한적인 자유를 누립니다. 어떤 시기에 내 삶이 달라졌다면, 객체들이 모인 그 환경이 나의 잠재성을 펼치도록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지도 그리기는 사진 찍기로 삶의 무대를 낯설게 보며, 무엇들과 함께 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눈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까지 포착하는 카메라는 삶의 상황을 조망하는데 유용합니다. 편리한 도구로만 생각했던 일상의 객체들이, 나의 삶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동반자들임을 확인합니다.


미래의 지도 그리기는 사진 화면이라는 가상의 무대에 나를 올려놓고, 무엇들과 함께 살아갈 것인지 상상합니다. 삶의 변화는 마음을 먹는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며, 무엇들과 어떤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함께 하고픈 객체들이 모여 있는 장소(무대)에 올라 미래의 자화상을 제작합니다.



카메라 이외의 여러 객체들도 습관적인 보는 방식을 수정하고, 사물들의 성격을 새롭게 펼치는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카메라의 프레임에서 사물들이 관계 맺을 때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파악함으로써, 삶의 무대(프레임)에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상이라는 실험실에서 삶의 변화를 이끄는 촉매 객체들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기대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