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걷는 것이란] 걷는 재미에 푹, 빠지다.
”아침 시간 집 근처 무학산 2.47Km를 걸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는 둘째 아이랑 무학산을 2.82Km를 걸었다. 저녁 식사 후 수성못을 4. 46Km 걸었다. 어제 하루 걸었던 거리가 9.75Km, 18,176보를 걸었다.
수성못을 걸을 때는 시간당 6.2Km 속도로 아주 빠르게 걷는다. 하체에 근육이 탱탱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과 온몸을 감싸 안으며 의식적으로 복식 호흡을 한다. 걸으면서 잡념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어제 같은 경우에는 평소보다 아주 많이 걸은 셈이다.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저녁 걷기 운동이 주는 보상효과다. 보통 10시에서 늦어도 10시 30분 이전에는 무조건 취침한다. 새벽 5시 기상한다. 하루 평균 6시 30분에서 7시간을 잔다. 작년 말부터 1년 반 가까이 해왔던 새벽 4시 기상을 포기했다. 몸이 찌들어가고 건강에 적신호를 켜진 것을 깊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면시간을 늘렸다고 해서 몸이 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몸 안에 오랫동안 쌓였던 스트레스 지수는 그대로였다. 찌든 스트레스를 없애는데 걷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걷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집 근처에는 걷기에 최적화된 무학산과 수성못이 있다. 걷는 운동이 달리는 것보다 더 좋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어느 순간 걷는 것이 생활에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됐다. 요즘은 퇴근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조건 수성못을 걷는 편이다. 한 바퀴 돌고 나면 딱 4Km가 조금 넘는다.
지난주 토요일은 종일 비가 내렸다. 이른 저녁을 먹고 수성못을 우산을 쓰고 걸었다. 비가 오니 걷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적한 수성못을 홀로 걷는 느낌은 행복 그 자체였다. 무엇이 나를 걷게 했을까?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앞서 얘기했듯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체험을 하게 되면서다. 걷다 보면 버리고 비우는 연습도 자연적으로 된다. 복식 호흡도 의식적으로 한다. 특히 집 근처 수성못과 무학산은 걷는데 최적의 장소다. 걷기 좋은 인프라가 걷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무학산은 완전한 숲길이다. 산 정상에는 체력 단련 기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무학산을 걸어 올라갔다 정상에서 근력운동을 하면 일석 3조 효과를 만끽한다. 유산소와 근력운동 그리고 스트레스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줄다 보니 수면의 질이 올라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내 삶의 최우선 순위가 건강관리다. 건강한 수면에. 스트레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며, 스트레스는 어떤 식으로든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저녁 식사 후 40~50분 강하게 걸으면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것을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 내 몸이 좋아하는 신호를 알아챈 것이다. 걷고 나면 조금 침침하던 시야도 맑아진다.
만약 걷지 않았다면 이전에 했던 책 읽기나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걸으면서부터 오랫동안 내 삶의 축이 됐던 신경의 끈을 내려놓았다. 잠재의식에 강박관념으로 자리 잡았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건강의 최 우선순위 중 하나를 수면에 두고 있다. 수면이 독서 또는 내 삶의 다른 생산적인 수단과 맞바꿀 수 없다. 과거는 수면을 줄여서 다른 것을 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충분한 수면이 우선이 됐다.
최근 겔럭시 워치를 구입해서 수면 점수를 체크했다. 수면시간 6시간 39분, 수면 점수 72점. 깨어있는 시간 24분, 실제 수면시간 6시간 11분이다. 렘수면 1시간 47분, 얕은 수면 4시간 8분, 깊은 수면 20분이다.
걷는다는 것은 질 높은 수면을 위해서도 효과적임을 알게 됐다. 만약 걷지 않았다면 스트레스 지수가 몸에 그대로 축적되어 있었을 것이다.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나에게 걷는 것이 그랬다. 좋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그동안 달리기만 달렸고, 걷은 것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스로 무지한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걷는 즐거움, 몸이 주는 보상 신호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평생 걷는 것을 습관으로 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