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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Sep 26. 2022

[주말농장 5년 차] 고구마 수확을 하며...

[주말농장 5년 차] 고구마 수확을 하며...     

2016년 경매를 배웠다. 한 부모 가장이 된 후, 새로운 수익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경매 기본과정 3개월, 심화과정 6개월 총 9개월 과정을 수료했다. 경매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일명 돈 되는 물건을 입찰하게 됐다.

2017년 7명이 입찰에 참가했다. 감정가격 기준 145%를 적어 1순위로 낙찰받았다. 함께 부동산 경매 공부를 했던 지인과 공투(공동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혼자 경매 물건에 투자하기로 했다면 절대 이 물건을 낙찰받을 수 없었다. 그만큼 이 물건은 지인의 지대한 역할 덕문에 낙찰이 가능했던 물건이다.

현재까지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주말농장 이야기다.

2022. 9. 25(일), 고구마 수확을 하기 위해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조이와 영어 수업, 송수용 대표님과 메신저 사관학교를 마치고 난 후였다. 때문에 농장 도착시간이 거의 10시가 되어 도착했다. 주말농장은 집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벌써 5년째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2018년 밭 전체에 고구마 모종을 심었다. 거의 100박스 가까이 수확해서 지인과 인터넷을 통해 판매를 했다. 한 마디로 골병이 들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만 난다. 어떻게 지금까지 주말농장 농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어릴 때부터 부모님 농사일을 도왔던 경험 때문에 가능했다.

"한여름,가을 등농번기 때는해가다지도록밭에서논에서죽도록일을했지요.저희부모님 농사일을도왔습니다.밥을먹으면가을저녁귀뚜라미소리가그렇게구슬플수가없었습니다.평생을농사를지으신부모님을보며,나는 죽어도 농사를 짓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며칠 전 어느 지인과 톡으로 나누면서 부모님의 일손을 도왔던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다시는 농사일을 안 하기로 맹세했는데, 농사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정해진 대로 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주말농장에 도착하니 구름이 드리워지고 바람이 살살 불어왔다. 고구마 수확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고구마 작업은 덩굴제거 작업, 비닐 제거, 복골에 깔려 있는 제초 매트를 제거해야 한다. 그다음 쇠랑 같은 도구로 고구마를 캐기 좋게 흙을 덩어리째 뜨는 작업을 한다.

지인 두 분이 고구마 캐기 작업을 도와주었다.

퍼스널 습관 만들기 오픈 채팅방에 셀카 사진과 고구마 사진을 찍어 올렸다. 많은 분들이 호응해 줬다. 한 분은 가을 벼가 익어가는 사진을 올린 것을 봤다. 벼 사진은 보건 것만으로도 풍성하고 넉넉함을 준다.

고구마는 호미로 캔다. 한 뿌리를 꺼내 보니, 가장 많이 달린 것이 4개, 고구마가 아예 없는 포기도 수두룩했다. 캐다 보니 땅속에서 고구마가 썩은 것도 다수 발견됐다. 벌써 캐야 되는데, 캐는 시기가 지난 것도 있고, 배수가 여의치 않은 원인도 있는 것 같았다.

지인과 인근 식당에서 순두부찌개와 호박전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쪼그리고 호미질을 오래 했더니, 허리가 쑤시고 아프다. 농사일은 그만큼 고달프고 힘들다.

농사일을 도운 덕분에 인내하는 법, 견뎌 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고무가 수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정리하고 박스에 담고 하니 3시 30분이 후딱 지나 버렸다.

주말농장에는 호두나무가 4그루가 있다. 원래 계획은 다 수확하려고 했는데, 한 그루 밖에 따지 못했다. 도와준 지인 두 분에게 호두랑 고구마를 드렸다.

호두 수확을 위해 다음 주 한 번 더 와야 한다. 지인 덕분에 고구마 수확이 무사히 끝나서 감사했다.

올해는 고구마 매매할 것이 거의 없을 듯한다. 마음이 너무 안타깝다. 내년에는 고구마 농사를 짓지 않기로 했다. 5년 동안 연작을 했으니, 고구마가 잘 달리지 않는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모든 식물은 연작은 결코 좋지 않다. 그 자연의 이치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고구마 수확을 통해 알려 줬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고구마 농사를 짓지 말라는 준엄한 자연의 명령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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