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서 3층까지 이어진 철계단

배달노동자의 교육학 수업

by 명중호


배달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건물이 있을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건물은 1층에서 3층 옥탑까지 건물 바깥으로 난 철계단을 통해 올라야 했다. 1층에서 3층까지 이어진 계단이니 가파르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집 3층 옥탑에 사는 고객은 항상 오후 4시쯤에 건국대학교 후문에 있는 알밥집에서 배달을 시켰다. 일주일에 한두 번 그 옥탑으로 배달을 갔는데, 배달 요청 사항에 "꼭 1층에서 전화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3층 옥탑으로 배달을 가는 것도 찜찜한데 굳이 전화까지 해달라니 처음에는 약간 짜증도 났었다.

그렇게 처음 배달을 간 그 집 계단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계단을 바라보며 1층에서 전화를 걸었더니 한 청년이 헐레벌떡 계단을 뛰듯이 걸어 내려왔다.


"왜 내려오세요? 제가 올라가면 되는데."

"아니요. 올라오시기 힘드시잖아요."

"아~ 그런데 집이 굉장히 이상하게 생겼네요. 1층에서 3층까지 계단으로 연결된 집은 처음 봐요."

"죄송합니다. 이런 데 살아서."


그 청년은 진심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여러가지 묘한 감정이 교차되었다. 이런데서 살아서 죄송하다니 도대체 무엇이 죄송하다는 것일까?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옥탑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 왜 죄송한 일이란 말인가?

그후로도 청년은 그렇게 오후 4시면 알밥을 시켰고, 나도 용케 시간 맞게 콜을 받으면 알밥을 배달해 줄 수 있었다. 매번 그 시간에 배달을 시키는 것을 보면, 아마도 청년은 그 밥을 먹고 저녁일을 나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내가 배달해준 그 밥이 옥탑방에서 첫끼로 먹는 가장 맛있는 식사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그 청년에게 더 이상 알밥 배달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그 이상스러운 철계단집에도 가지 않게 되었다. 추측컨대 그 청년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듯 했다. 항상 헐레벌떡 내려와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알밥을 받아들던 배려 넘치던 청년. 그가 참 고마웠었다. 그리고 왠지 미안했었다.

나는 그 청년으로 인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 같은 것을 품게 되었다. 가슴 한 켠에서 울렁울렁거리던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고보니 청년이 내려오던 가파른 철계단 너머로 비치던 햇살이 선명히 떠오른다. 그 청년 뒤로 후광처럼 비치던 그 햇살이 또렷하다.

언제고 그 청년을 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삶의 의욕을 일깨운 그 청년과 만나 맛난 알밥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다. 알밥이야기, 가파른 철계단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말이다.


#해커스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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