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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a Mar 31. 2024

출생의 비밀

아이들이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주로 만 4~5세) 비슷한 질문들이 있다.

보통 아빠 엄마의 결혼식 사진을 보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유심히 사진속의 하객들을 들여다 보다가 '나는 어디있어?' 그런다

<아직 안 태어났지>

<왜?>

<엄마아빠 결혼하구 한참 있어야지>

<그럼 나는 어디있어?>

사람은 본성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애착이 많나보다. 그리고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은 첫번째의 철학이리라. 엄마의 배가 불러가다 어느날 동생이 태어나는것으로 미루어 볼때 출생의 과정은 알겠는데, 그럼 더 이전의 엤날, 혹은 엄마랑 아빠가 만나기도 전의 옛날에 나는 어디 있었을까?

그럴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생기지도 않았지.'이다.

아아! 무참히 깨지는 나의 존엄성과 상상력이란--------

작년에, 첫째 둘째 셋째가 쪼르륵 앉아 존재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즈희들 머리로 아무리 생각 해 봤자 답이 나오나? 엉키기만 하지. 나도 같이 엉키면서 고민을 했다.

정말 내 아이들은 어디 있었을까? 가끔 남편과, 막내의 이쁜짓을 보며 '이런놈이 어디있다 나왔을까? ' 하고 캄탄을 하다 서로를 쳐다본다. 상대방의 공로를 인정하는 취지에서, 우리가 결혼을 안했으면 이런 아기가 태어나지도 않았을거라며 웃는다. 그렇다면 우연이 얽혀 순열과 조합의 연산가운데 맞아떨어진 아기????????? 천만에! (여보, 당신 생각은 틀렸습니다. 이 아기는 이미 한 사람으로서 조성된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창세전부터 나를 아셨다------- 그리고 모태에서 나를 조직하시고.

'아! 그래, 얘들아 너희들은 그때 하나님 마음속에 있었구나.'

아이들의 눈빛에서 흡족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하나님은 자기의 모습과 이름도 미리 아시고,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셨다가 또한 미리 아신 이 가정으로 보내주신 자기 자신----- 엄마아빠의 만남 이전의 허공에서 헤메지 않아도 충분히 설명이 되는 자신의 존재에 안정감을 느끼는것이 역력했다.

그리고 당당히 자랑한다.

'저는요, 엄마아빠가 결혼 안했을때는요 하나님 마음속에 있었어요.'

어제는 하나님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해 와서 결국은 나를 무식한 엄마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하나님은 영이시라고 말하면서도 나부터 그 설명에 대한 상상이 안되 '나중에 천국에 가서 보자.'로 ---The end-------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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