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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May 17. 2023

지난 에세이를 돌아보며

2020년 3월 갑자기 디지털 노마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열풍이 일기 시작하면서 뭔가 무자본으로 돈 벌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코로나는 온택트 시대를 여는 장본인이었다. 그런 시대적인 니즈와 젊은 세대의 니즈의 교집합이 바로 디지털 노마드였다.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들을 보면서 집에서 돈을 벌고 싶은 욕망. 그 뒤로 글쓰기에 슬슬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고 사업으로 돈을 벌어볼까 하는 니즈까지 결합되어 에세이로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글쓰기 실력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블로그로 글을 쓰게 한 뒤에 이를 한데 모아 전자책으로 만들어 드리는 것까지 해드렸다. 당연히 나는 뒷짐 지고 이들이 하는 걸 감시하지만은 않았다. 나도 그분들처럼 열심히 에세이를 썼다.


그렇게 약 3개월을 내리 주에 5편씩 에세이를 써내기 시작했다. 물론 매일 쓰는 에세이니만큼 퀄리티가 좋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매일 쓰다 보니 어떤 글은 좋기도 어떤 글은 나쁘기도 했다. 나에겐 정말 귀중한 경험이다. 하지만 3개월 동안 매일 글을 쓰고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평하다 보니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에세이 사업을 접었고 내 에세이도 그저 창고에 처박힌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에세이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글쓰기와 감독으로서 시나리오를 써오다 보니 적어도 주변에서는 나를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대부분 내 주변은 쓰여있는 글을 분석해서 연기하는 배우가 많다 보니. 적어도 배우들 사이에서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며칠 전에 사업에 대한 안목이 아주 좋은 동생에게 지금 내가 돈을 벌만한 사업을 하나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니 동생은 나에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오빠 글 잘 쓰잖아요? 그거 해보세요.'라고 나에게 조언해 주었다. 그때 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갔던 것이 바로 3년 전 내가 글쓰기 사업을 하며 쌓아놓은 에세이들이었다.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던 내 에세이를 한 곳에 모아 놓고 보니 A4용지 기준으로 125페이지나 되었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면서도 내가 책 한 권을 낼 정도의 분량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새삼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물론 3년 전에 쓴 글들이다 보니 지금 내 기준에서 보면 참 아쉽다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도 있고 만약 지금 글을 쓰라고 해도 못 써낼 정도로 좋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어느 정도 평균을 맞추기 위해 글을 하나씩 하나씩 뜯어보며 퇴고하고 있던 와중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


지금도 나는 어떠한 고민 속에 내 온 정신을 쏟고 있다. 하지만 3년 전에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았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3년 전에 쓴 글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그걸 느끼게 되었다. 그땐 그랬지. 하는 마음.


그렇다. 우리는 매 순간순간 여러 걱정과 근심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걱정, 근심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을 별거 아닌 것들일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지금 고민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하는 걸까?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이건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보호용 장치다.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미래를 위한 대비 항상 하게끔 인간은 진화해 왔다. 그러기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걱정과 고민대로 미래가 펼쳐지진 않지만 행여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스스로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그런 대비책이 있기 때문에 현재를 미래를 위해 살 수 있는 건 아닐까?


아무튼 동생의 한 마디에 나는 내 인생의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 도전의 끝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지금까지 내가 해온 도전들처럼. 실패하더라도 많은 것을 배우고 다음 도전을 할 때 하나의 자양분을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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