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우주 동화
꽃과 나무가 살기 좋은 산속에 맑고 깊은 호수가 있었어요. 호수는 투명한 자신에게 비친 식물과 동물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물론 식물과 동물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호수를 소중히 대했어요. 그중 검은 토끼와 흰 토끼는 매일 호숫가에 와 물에 비친 자신과 경치를 감상하곤 했어요.
봄이 오자 산에 형형색색의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흰 토끼가 호수에 비친 꽃들을 보며 말했어요.
“꽃은 분홍색도 노란색도 보라색도 갖고 있어.
꽃과 함께 있으니 내가 덜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아.
흰색 털은 너무 평범해.”
그 말을 듣자 호수도 꽃에 비해 자신이 아름답지 않게 느껴졌어요. 흰 토끼가 가고 검은 토끼가 와서 말했어요.
“너에 비친 나와 꽃의 모습을 보니
나도 한 떨기의 검은 꽃 같다.
꽃은 세상의 모든 빛깔과 향을 담고 있는 것 같아.
호수 너도 이 향을 맡을 수 있었다면 좋을 텐데.”
그 말을 듣자 호수는 꽃의 색만큼 멋질 꽃의 향이 궁금해졌어요.
여름에는 눈부신 햇빛이 호수에 내려와 앉았어요. 흰 토끼가 와서 말했어요.
“햇빛 때문에 나를 볼 수가 없잖아?
호수에 와도 무슨 소용이람!”
호수는 자기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졌어요. 슬픈 호수에게 검은 토끼가 다가왔어요.
“호수야,
햇빛이 오늘은 유난히 너를 사랑하나 봐.
자기 자신의 일부를 너에게 선물해주었네.
햇빛이 만지는 너는 반짝여.”
호수는 사랑받는 느낌이 좋았어요.
가을이 오자 나무들은 노란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었어요. 흰 토끼가 호수에게 말했죠.
“나무들은 변덕이 심해. 그새 옷을 갈아입었네.
나무는 꽃이 아니니까
초록빛이 나무에겐 더 어울려.”
그 이야기를 듣자 호수는 초록빛 나무를 그리워했어요. 그때 검은 토끼가 다가와 말했어요.
“나무들은 자신의 색도 바꿀 줄 아는구나.
또 바뀔 수 있으니
오늘의 나무 색을 잘 봐 둬야겠어.”
호수는 지금 나무가 입고 있는 옷을 즐기게 되었죠.
겨울이 오자 눈이 산을 희게 만들었어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죠. 토끼가 호수에게 와서 말했어요.
“이것 봐.
어딜 가든 흰색이니 내가 돋보이질 않네.
얼른 봄이나 왔으면 좋겠다.”
호수는 눈이 차갑게만 느껴졌어요. 그때 검은 토끼가 와서 말했어요.
“호수야, 눈이 나무를 위로하나 봐.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를 눈이 살포시 안아주네.”
그러자 호수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같은 산속에 있지만 흰 토끼가 보는지, 검은 토끼가 보는지에 따라 마치 다른 호수 같지 않니? 우리는 결국 스스로 안에 있는 것만 볼 수 있어서 그럴지도 몰라. 만약 사랑을 품고 있다면 사랑이 보이고, 증오를 품고 있다면 증오가 보이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마음과 생각을 아름답게 하는 것에 힘써야 하나 봐.
뿐만 아니라 토끼들은 호수의 기분도 변화시켰지. 흰 토끼가 이야기할 때는 호수가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고, 쓸모없게 느꼈어. 검은 토끼와 이야기할 때는 사랑받는 느낌을 받고 감사했고. 이렇게 너에게서 나온 것은 천천히 너의 주변도 바꾸게 되는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너에게로 돌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