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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Apr 27. 2024

토요일 아침, 곰 손 일기

삼 남매 공존일기

내 침대는 광장이다.

막내가 와서 조잘대고

큰딸이 와서 툴툴대고

아들이 와서 쿵! 왔다가는

내 침대는 광장이다.


토요일 아침,

졸린 기운이 남아있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쿵! 내 옆에 몸을 던지는 그.

나보다 훨씬 크고

얼굴도 넓적하

팔뚝도 두툼해져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


내 옆에서 쌕쌕거리며

다시 잠을 청하는 숨소리에도

조잘대는 엄마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얼굴에

5살 작은 꼬마가 남아다.


여린 살이

도톰하게

불룩 쏟아올라

 손같이

포동포동한 아기손의 흔적.

포동포동 귀여운 곰 손 아들

"다 컸어도

어른되었어도

내 눈엔 다 애기야."

했던 할머니의 말이

사실이었다.


나보다 큰 아들의 손,

꿈틀꿈틀 피하려는 손을 붙들

너무너무 귀여워서

기어코 한번 깨물고 마는

철딱서니 없는 엄마.

귀찮은 듯 몸을 뒤척이다

쌕쌕거리며 다시 잠을 청하는

중학생, 다 큰 아들.


아기곰 같은

큰 곰이랑 여는

평화로운 주말 아침,

한가롭게 뒹굴거린다.


아, 시간이 멈추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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