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진로수업
구멍이 점점 뚜렷이 보인다면 환영할 일이야. 이제야 자기 모습을 제대로 본다는 거니까. 이젠 받아들여. 네가 너의 구멍을, 네가 너를. 지금 너의 문제는 구멍이 났다는 게 아니라 구멍이 나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걸 믿지 못하는 거야.
그런데 말이야. 신은 그렇게까지 대책 없는 구조로 인간을 설계하지 않았거든. 인간의 영혼은 벽돌담이 아니라 그물 같은 거야. 빈틈없이 쌓아 올려서 구멍이 생기면 와르르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들처럼 구멍이 나서 '무엇'이 새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거야. 바로 그 '무엇'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 그렇게 조금씩 영혼이 자라는 거지.
사람의 영혼은 자랄수록 단단해져. 구멍이 난 채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 오히려 그 덕에 더 잘 살 수 있어. 정말이야. 믿어도 좋아.
<유선경(2023), 구멍 난 채로도 잘 살 수 있다, 사랑의 도구들, 콘택트, 1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