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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04. 2024

쓰는 게 좋아서, 나누는 게 좋아서

라라크루 9기 합평회 후기

혹시 9기 합평회에 오실 수 있어요?



 카톡!! 다정한 라라크루 회장님의 달콤한 초대의 말이다. 즉시 갈 수 있다고 답글을 보내 합평회 날 아침, 학기말 폭탄처럼 쏟아지는 업무 덕분에 잠시 오류를 일으킨 다리를 긴급히 수리하고 정비한다. 그리고 득달같이 달려간 그곳,  아카데믹하면서도 엘레강스한 분위기에 매료되고 냥냥이랑 댕댕이까지 귀여운 포즈로 맞이하니 이 보다 좋을 순 없다.

표정은 시큰둥해도 사람을 참 좋아하는 아이라고


꼬박 4시간

드디어 합평회 시작,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편의 글에 얽히고설킨 서로의 사연을 나누고 느낌과 소감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만히 듣고 생각한다. 특히나, 글쓰기의 어려움, 슬럼프에 대한 고민에 깊이 공감다. 글 하나에 사연 하나, 어느 누구도 그냥 쓴 글은 없다. 수만 가지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 4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쓰면 즐겁 또 아프다.

막상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면 쓰고 싶은 게 너무 많다. 24시간이 모자랄 정도. 땅바닥에 구르는 이파리 하나글감이 되고, 하늘에 떠도는 구름 한 점도 좋은 소재가 된다. 세상 모든 것이 글감이 되고 세상 모든 게 글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사람들과의 가벼운 대화에도 온 감각이 살아나 날씨의 변화, 사소한 행동, 별것 아닌 말장난되어 탄생한다. 평소에는 못 보고 지나치것들이 눈에 띄고 감지되어 좋다. 하지만 안 좋은 것, 불편한 것도 동시에 보이기도 하 난감하고 힘들 때도 . 내 주변의 모든 변화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역사의 한 장면처럼 중요하게 여겨지고 모든게 쉽게 읽히고 그냥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것이 글쓸때 생기는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라고나 할까. 사소한 것에도 쉬이 감동받고 또 쉽게 상처받는 소녀감성이 몽실몽실 살아난다.



공감이 폭발하는 순간

내 순서가 되었다. 슬픔과 실망, 무기력의 순간을 담은 글을 읽었다. 담담읽으려 했지만 쏟아져내리는 눈물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내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당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차오른 감정을 그저 쌓아두는 것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엉킨 감정을 글에 담아 정리하고 터트리고 정화시키는 일은 나에겐 숨구멍이 되니 의미 있는 이라고 정당화다. 그런 내 곁에서 하나, 둘 함께 눈물을 훔치며 공감하는 글벗님의 얼굴, 그 모습이 내겐 선물이 되고 위로가 된다. 거기에 더해지는 조심스러운 조언, 걱정스러운 말 한마디,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는 농담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어린아이처럼 거친 감정을 쏟아낸 자리에 사랑가득한 글벗님들의 온기가 채워진다. 합평회의 알맹이는 바로 이런 것이다


뒤풀이: 아무 말 대잔치, 아무나 다친구

나이와 성별을 초월해서 필명과 이름으로만 통속 명한다. 글로 사연으로 끈끈해진 유대는 어딘가 모르게 깊고 새롭다. 또 열띤 이야기 끝에 먹는 밥은 언제나 꿀맛이다. 술을 잘 먹을 수 있다면 더 좋은데 그럴 수 없는 것어 늘 아쉽다. 웃고 즐기는 편안한 대화에 서로의 생각이 오고가는 이야기에 취한다. 웃음과 즐거움은 계속 이어지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집에 오는 길, 싸늘해진 밤공기에 깊어진 어둠,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하는 길을 그냥 걷는다. 함께 나눈 이야기와 글로 깊어진 생각에 무작정 걷는 길이 왠지 따뜻하다고 느껴진 건 그만큼 좋았던 시간 때문이었을까. 울퉁불퉁 파도치던 내 안의 파도가 잠잠해졌다. 신통방통한 합평회, 이렇게 쓰는 게 좋고 또 나누는 게 좋은가 보다. 나만 아는 뿌듯함에 활짝 웃으며 현관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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