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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파파 Jan 07. 2023

나는 학교 폭력 피해자였다 - 네 번째 이야기

3학년이 되어서도 A와 나는 거의 끝과 끝반으로 배정되었고 이렇다 할 마주침도 없었다. B 무리의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당시 유행했던 온라인 게임 클랜을 만들어 놀기도 했다. 점점 A의 존재를 잊어가게 되었고, 내 성격도 친구들을 가려 사귀던 가식적인 모습과 소심했던 모습의 합의점을 찾기 시작했다. 키 작고 왜소했던 소심한 빵셔틀에서 인싸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력으로 얻어 낸 내 자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더 이상 학교 생활이 힘들지 않았고, 방과 후에 친구들이랑 무얼 할지 고민하던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내가 주번이던 걸로 기억하는 어느 날이었다. 방과 후에 대걸레를 빨기 위해 수돗가로 갔고 그 자리에 A가 나타났다. 애써 무시하고 말없이 내 할 일을 했다. 먼저 입을 뗀 건 녀석이었다. 내가 B무리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알고 있어서였는지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A는 나에게 우호적으로 말을 걸었다.

"머리 많이 길렀네? 나도 기르고 있는데 담탱이가 맨날 ㅈㄹ한다."라고 한 걸 정확하게 기억한다. 순간 1학년 때의 두려움이 아닌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내가 어떤 심정으로 1년을 버티고, 또 어떻게 1년이 넘도록 나를 위해 노력했는지 완벽하게는 모르겠지만,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었다면 나에게 말을 걸었으면 안 됐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다음에 사과를 하길 기대했던 거 같다. 근데 그다음 녀석의 말은 날 돌아버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1학년 때랑 왜 이렇게 달라졌냐?"

그 말에 순간 뇌가 정지되는 걸 느꼈다. '내가 변한 게 이상한 건가? 그때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건가? 그럼 내게 무슨 짓을 했던 건지도 알고 있단 건가? 만약 그대로였다면 내게 폭력을 휘둘렀을 거였나?'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순간 '틱'하고 스위치가 꺼지듯 눈앞이 깜깜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땐 친구들이 나와 A를 뜯어말리고 있었고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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