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온통 다양한 글들이 쏟아질 때가 있다. 그 생각들은 이야기가 될 때도 있고, 앞으로의 계획이 될 때도 있고, 말장난 같은 시가 될 때도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조별 과제(?)가 있었는데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각색하여 그림일기 형태로 보여주며 더빙을 하는 발표였다. 그때 내 역할은 작가이자 감독을 맡고 토끼를 연기했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스포츠 뉴스의 BGM을 삽입하여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신을 캐스터들이 해설하도록 설정하기도 했다. 별의별 아이디어를 하루이틀 만에 정리하고 대본을 완성하기도 했는데, 기존에 있던 이야기를 재밌게 꾸미기만 하는 일이라 너무나도 수월했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글을 쓰는데 욕심이 있었고, 또 나름의 리더십이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머릿속에 있는 글들이 정리되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스위치를 꺼버리곤 한다. 멍하게 있거나 1차원적인 생각들만 하곤 했다. 그러지 않으면 말을 하다가도 혀가 꼬이고,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튀어나와 어순과 맥락이 이상해져 버릴 때도 있다. 급한 성격도 한몫을 하는 거 같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많은 대화를 하지 않음에도 나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공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몸을 쓰는 게 일상이었고 자연스럽게 직업이 되어 평생을 그렇게 살았지만, 어쩌면 글을 쓰는 일을 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블로그도 해봤고, 지금 역시 취미로 이곳에 글을 남기기도 하니, 결국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어 본 적도 없고, 문법이나 맞춤법 등을 주의 깊게 본 적도 없다. 그냥 '남들 하는 정도는 해야지'하며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한 게 다였다. 오히려 그렇기에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생각 정리를 할 수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