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 온 뒤 행복지수 Jan 31. 2022

조금 긴 겨울을 보내며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28살이라 하면 어떤 느낌이에요?
글쎄요. 어리다기보다...
어른이 된 거 같은 느낌?


처음으로 친구의 청첩장을 받는 일. 축의금은 보통 얼마를 내나 검색하는 일.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도로를 주행하는 일. 돈을 벌고 모으는 일. 아플 때 혼자 병원을 찾는 일. 나 자신을 전보다 자주 챙기는 일. 혼자 지내는 삶에 익숙해지는 일. 진짜 어른이 된 걸까 느껴지는 순간순간들에, 그만큼 내가 내리는 선택들에 늘어난 책임감이 마음에 무게를 더하곤 한다. 시간이 줄어든 공간만큼 마음이 넓어지면 좋으련만, 줄어드는 시간은 왜 자꾸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지. 의존적아닌 독립적인 삶을 위해, 조금 더 이기적이고, 조금 더 계산적인 나를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딘가 꼬여버린 내가 밉기도 하다.


28살 1월. 처음으로 운전 연습을 하는 중이다. 운전할 때 눈앞에만 보고 핸들링을 하면 잘못된 길로 틀어지기 일쑤다. 조금 더 시야를 넓게 봐야지. 좌우도 살피고. 제한속도에 맞춰서 가야지. 매년 처음으로 겪는 나이는 마치 내비게이션 없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운전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삶이라는 여정을 잘 운전해 나아가기 위해선, 조금 더 넓게, 멀리, 봐야 한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알 것만 같다. 실력이 늘기 위해 운전도 연습이 필요하듯, 어른으로써 잘 살아가는 것도 분명 연습이 필요한 일일 이다. 매년 새로운 나이를 조금 더 멀리 보며 나아가야지. 지도 없이 처음 가보는 길에 조금은 낯설고 두렵지만, 그래도 계속 가보자고. 그러다 보면 때때로 빨간불에 잠시 쉬기도, 초록불에 다시 달리기도 하면서. 조금 덜 막히고, 덜 부딪히면서. 그러다 보면 모르지. 어느샌가 원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존재할지도.

28살 1월, 조금 긴 겨울이 그렇게 지나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