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MZ세대들은 소위 잘 나가는 부서, 엘리트 코스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자기 경력은 자기가 만든다고 생각하지 회사가 나를 키워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 거죠.”“언제든 회사 그만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요. 일이나 사람이 자신과 안 맞으면 대책 없어도 그만둬요. 우리 세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요즘 대기업 임원, 팀장들의 하소연이다.
젊은 직원들이 계속 사표를 내고 있다. 한 리쿠르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입사한지 1년 이내 퇴사자 비율이 30%에 달했다. 과거 고성장 속에서 조직에 충성하고 집단주의 사고가 당연했던 선배세대와 달리, 지금의 MZ세대들은 저성장 사회에서 개인주의가 분명하며, 회사와 거래적 관계를 맺는 문화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현재 리더 그룹과 주니어 그룹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참고 기다리는 세대’와 ‘참지 않는 세대’로 특징지을 수 있다.
퇴사에 대한 심리적 기준이 다른 MZ세대
MZ 세대는 퇴사를 어렵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2022년 KBS의 <청년층 퇴사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에서 실제 퇴사한 직원들에게 ‘퇴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조사했는데, ‘자유, 해방, 휴식, 새로운 시작, 도전’등 70% 이상 긍정적인 단어를 연상했다. 또 같은 조사에서 ‘나는 언제든 퇴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질문에도 70% 이상이 동의했다. 이렇듯 MZ세대는 ‘나는 회사를 언제든지 떠날 수 있고 그게 잘못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기본 전제로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MZ세대는 싫어하는 일을 참으면서 장기간 억지로 일했던 선배 세대와는 달리 더는 있고 싶지 않은 곳에 잡혀있지 않는다.
입사 1년 이내 관두는 비율 30%
참고 기다리는 기성세대와 달리
참지 않는 MZ는 개인주의 문화
퇴사를 자유 해방 시작으로 여겨
직원들이 퇴사하는 핵심 이유
MIT 대학의 도날드 설 교수팀은 2022년 1월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 실은 ‘퇴직의 핵심 원인은 악성 조직문화’라는 논문에서 2021년 퇴사자 3,400만명의 온라인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가장 중요한 퇴사요인으로 악성 조직문화를 꼽았다. 그는 악성문화의 대표적 요소로 악질 관리자, 존중 부재, 공정성 결여, 비윤리적 행동 등을 들었는데, 악성 조직문화가 퇴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보상보다 무려 10배 이상 크다고 했다. 풀어보면 나쁜 관리자가 직원들을 무례하게 대하고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부정이 만연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퇴사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노력이 보상으로 공정하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사표를 낸다는 것이다.
연봉을 올려주면 되지 않을까?
이런 직원들의 퇴사 때문에 기업들은 일하기 좋은 직장,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급여와 복리후생을 높이고, 일하기 좋은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려고 신경 쓰고 있다. 그렇지만 보상이나 시스템 등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인간이 가진 가장 뛰어난 능력 중의 하나는 적응력인데, 좋은 것은 더 빨리 적응한다. 연봉 인상, 승진, 넓은 집, 좋은 차, 쾌적한 사무실 공간 등 말이다. 이를 쾌락적응이라고 하는데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쾌락적응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3개월이다. 많은 기업들이 연봉 인상이라는 유인책을 사용하지만, 인간은 소득의 증가분보다 욕망의 증가분이 훨씬 더 크고 빠르게 상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소득의 증가로 생긴 혜택의 2/3는 1년 안에 지워진다. 물론 연봉이 비교 집단보다 낮다면 문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연봉 인상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지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악성 조직문화가 퇴사 핵심 원인
승진 연봉 보상 효과 3개월 불과
MZ세대 오래 붙들어놓고 싶다면
일이 주는 의미 에 초점 맞춰야
직원들은 일을 안 하고 싶어 한다는데, 과연 그럴까?
인간은 자기가 하는 일을 의미 있게 만들고 싶어 한다. 인지심리학자인 듀크대 댄 애리얼리 교수는 레고블럭 40개를 조립하여 로봇을 만드는 실험을 통해 일의 의미와 보상과의 관계를 밝혀냈다. 실험 조건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본인이 완성된 조립품을 검수한 후 책상 아래 박스에 넣고 나서 다음 조립을 계속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조립품을 제출하면 바로 만든 사람의 눈 앞에서 블록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게 하는 시지프스식(무의미한 작업) 조건이었다. 어느 경우에나 완성품에 대한 보상은 똑같았고, 시간 압박도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본인의 조립품을 보관했던 그룹은 평균 10.6개를 조립했고, 금액을 반으로 낮춘다고 해도 조립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65%였다. 반면 자신이 조립한 블럭이 눈 앞에서 분해되는 경험을 한 참가자들은 평균 7.2개, 금액을 반으로 줄일 경우에 20%만 참여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 연구는 어떤 작업에 대한 의욕과 태도가 그 작업에 얼마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애리얼리는‘만약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싶다면 그들이 수행한 업무를 그들의 눈 앞에서 파기하거나, 조금 교묘한 방법으로 의욕을 꺾고자 한다면 무시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이 주는 의미를 유발하는, 또는 노동의 의미를 박탈하는 것의 효과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DIY(Do it Yourself)가 주는 의미
몇 년 전 딸아이의 서랍장을 구입하여 오후 내내 조립한 적이 있었다. 할 때는 힘들고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해놓고 나니 내 자신이 대견하고 좋은 아빠라는 심리적 만족이 아주 컸던 경험을 했다. 이를 스웨덴 가구업체의 이름을 따서, 이케아 효과라고 부른다. ‘이케아 효과'는 심리학자인 마이클 노튼, 대니얼 모천, 댄 애리얼리가 2011년 '소비심리학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했는데, 직접 노동을 함으로써 노동의 결과물을 더 선호하고 애착을 갖게 된다는 개념이다. 결국 이케아 효과는 우리가 특정 제품의 완성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할수록 더 큰 애착을 갖게 되고, 상품의 제작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관여가 애착을 높이는 핵심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이케아 효과를 경험하게 하려면 최종 결과를 만드는 사람에게 더 많은 권한이나 지분을 줘야 한다.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직접 작업하고 완수해 내면 그 대상에 대해 더 큰 애착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내가 하는 일이 자신과 세상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어려운 과제나 부담을 선택하는 것이 인간이다. 지금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자율성과 참여 의지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자신들이 하는 일의 의미를 알게 하고 있는가?
이 원고는 저자가 속한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최윤식박사가 매일경제신문(22.12.05)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만두겠습니다" MZ세대는 왜 퇴사할까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