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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심리#11.정직하고 겸손한 리더가 결국 성공한다

"경영진으로서 성과에 대한 압박이 늘 심한데,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부하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최근 필자가 만난 어느 기업 최고경영진의 이야기다. 리더들은 좋은 리더,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리더십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지 책이나 영상을 보기도 하고, 교육이나 코칭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이 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 먼저 마인드 그다음 스킬

많은 조직에서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사업적 통찰, 전략적 의사결정, 이해관계 조정, 커뮤니케이션, 성과관리 등에 대한 지식, 경험, 스킬 등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속한 연구팀이 십수 년간 현장 인터뷰와 리더십 다면 진단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리더십은 지식과 스킬 이상으로 '마인드셋'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승·승(win·win)'의 인간관이다. 리더들은 자신들의 진정성이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 그런데 리더의 진정성은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구성원을 한 개인으로 존중하는 리더의 인간관에서 나오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도구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나와 같은 욕구와 감정을 지닌 한 개인으로 볼 때 관계는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리더십의 유효성은 커지게 된다. 이럴 경우 스킬이 약간 미숙하더라도 사람들은 리더의 진심과 의도에 잘 반응한다.


◆ 주목받는 리더십 마인드 - 정직과 겸손

세계적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톱 리더의 특성으로 목표 달성 의지와 개인적인 겸양을 꼽았다. 즉 그들은 야심 있고 조직에 헌신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겸손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콜린스는 "이런 리더들은 일이 잘못될 때에는 자책하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지만, 일이 잘 풀릴 때에는 자기 자신 외의 요인들에 찬사를 돌릴 만큼 개인적으로 매우 겸손하다. 이들은 자신의 위대함에 대한 평판을 만들기보다 영속적인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차세대의 후계자들이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준다"고 강조한다.


이기범 캘거리대 심리학과 교수와 마이클 애슈턴 브록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3년 성격에 대한 기존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다섯 가지 성격 요인에 덧붙여 삶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여섯 번째 요인, 즉 정직·겸손성을 추가한 것이다.


정직하고 겸손한 사람들은 남을 속이거나 조종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은 남보다 더 많이 차지하려는 탐욕이 적어 무언가를 얻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거나 착취하지도 않는다. 또 상대방을 이용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무엇이든 공정하게 대하고 나누어 가지려 한다. 이들은 개인의 이득보다는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윤리를 중시하고, 다른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함으로써 오랫동안 서로의 신뢰와 협력을 주고받을 수 있다.


반면 정직하지 못하고 겸손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특권 의식을 가진다. 그 결과 타인과 협력할 생각이 별로 없고, 타인을 착취하기도 한다. 또 아부와 거짓말에 능숙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법과 규정을 무시하기도 한다. 또한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공감 능력도 낮을 경우 차갑고 매정하게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며,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비호의적인 태도를 지닐 경우 공격적이고 무례하며 거친 표현을 일삼아 여러 사람과 끊임없이 갈등 상태에 있게 된다. 정직하지 못한 특성은 다른 성격 요인과 결합할 때 더 큰 부정적 폭발력을 지닌다.


'건강한 인간관' 리더십 필수
관리 능력·지식 갖췄다해도
사람에 대한 배려·존중없이
구성원 성장 이끌기 어려워


◆ 리더십은 어떤 사람인가의 문제다

리더들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이나 벤치마킹 자료를 요청한다. "새롭고 좋은 방법 없나요? 참고할 만한 사례나 자료를 주시면…." 그래서인지 요즘 리더십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도서 제목에는 '실리콘밸리에서는'처럼 해외 선진 사례나 '누구누구의 리더십 스킬'처럼 배워서 따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단어들이 포함된다. 물론 선진 사례도 배워야 하고 스킬도 필요하다. 다만 이런 스킬이 잘 작동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인간관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충족되지 못하면 정직하지 못하고 겸손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인 특성처럼 구성원을 조종하고, 이용하고, 무시하고, 공격적으로 대하려는 모습에 잠시 가면을 씌워 놓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판단한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겨 있는지, 겉과 속이 같은지 다른지 알아차린다. 사람들은 위선에 분노한다. 위선자들이 선한 인간의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속였기 때문에 거짓말쟁이보다 더 믿을 수 없고, 더 정이 가지 않으며,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런 리더를 구성원이 따를 리 만무하다. "리더십은 어떤 행동 양식이나 다른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느냐의 문제다. 그들이 어떤 인격의 사람인가 하는 차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로버트 퀸 미시간대 교수의 말이다.


리더들에게 건강한 인간관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조직의 기본적 속성 때문이다. 조직은 근본적으로 수직적이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권한과 권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정직과 겸손이 필요하다. 업무 과정에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내 경험이 이미 낡아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겸양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수평 소통이 되고, 인간 관계가 맺어지고, 신뢰도 생기고, 문제가 해결되고, 구성원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도 만들어진다. '인격의 힘'의 저자인 론 시몬스는 수많은 기업의 리더들과 인터뷰한 다음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리더십에 대한 토론은 대개 능력과 경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한 개인의 인격과 성실성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 조금씩 나아지려는 시도가 필요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인생 잠언록이 있다. 삶의 지혜는 대학원 상아탑이 아니라 유치원 모래성 속에 있다고 강조한 이 책의 첫 번째 문장은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하라"였다. 우리는 기만적이고, 거만하고, 과시적인 것보다 정직하고, 겸손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하는 게 더 나은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완벽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새해를 맞아 약간 더 솔직하고 겸손하게, 조금씩 더 나아지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목표를 가져보면 어떨까?



이 글은 필자가 매일경제신문(2023.01.12)에 기고한 글(부하직원들 성과 낮아 고민이라면…'독불장군 리더' 아닌지 돌아보세요 [트라이씨 기업심리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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