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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인생의 재발견#04.퇴직에도 예행연습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unsplash)


“회사에서 매주 시장 동향 자료가 제공되는데요,
그 때는 사실 별 생각이 없었어요. 무시하고 열어보지 않은 때도 많았고요.
그런데 회사 나와서 뭐라도 시작해보려니까 그런 자료가 정말 아쉬운 거예요.” 


식품회사에서 퇴직한 부장님의 하소연이다.


직장인들에게 회사가 주는 힘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물론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는 회사의 간판이나 조직이 갖는 후광을 실감하기 어렵지만, 조금만 의식하고 찾아보면 남자들의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만들 때 소속된 회사가 있는지, 그리고 그 회사의 신용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현직에서 모임에 나가거나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할 때와 퇴직 이후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할 때 상대의 반응에 큰 차이가 있다. 인맥을 넓히거나 정보나 자료를 찾을 때도 상황은 비슷하다. 개인 자격으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도 회사의 명함을 이용해서 인맥을 넓힐 수 있고, 전문지식이나 노하우가 필요할 때도 회사의 이름을 이용해서 자원들을 공유 받고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퇴직한 남자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배움의 자세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 경험은 언제든 가치를 발휘하게 되며, 틀림없이 미래의 자산이 된단다.


중년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직장생활의 목표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을 잘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그런 능력은 경험이 쌓이면서 향상된다. 문제는 중년이 되면서 겪게 되는 매너리즘이다. 

개인의 발전도 정체되고, 더 이상 문제해결 능력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중년 남자에게 직장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끊임없는 배움이 되어야 한다. 기존 업무에 대해서도 새로운 방법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서 적용해보거나, 새로운 업무를 발굴해서 배움의 기회를 갖고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이다. 


회사 생활이 주는 이점은 어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지원해 준다는 점이다. 그러니 새로운 방법이 되던, 새로운 영역이 되던 일단 시도하고 경험해보시라. 그 경험은 전부 자신의 자산이 된다. 잘 되면 당장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설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퇴직하면 이런 기회가 전부 돈이고 리스크다.  


만약 내가 지금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회사생활이 무기력하다면, 이런 목표를 갖는데 도움이 되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회사는 나에게 일을 주는 고객이다.’ 여러분도 마음속으로 한 번 읊조려 보시라. 이런 주문처럼 회사의 일에 대한 관점을, 회사 일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런 주문이 중요한 이유를 어느 퇴직한 중년 남자가 들려준다. 


그는 퇴직 이후 하루도 마음 편히 쉬어 본 적이 없었단다. 주말에 일이 들어오면 더 기쁘기도 했단다. 일이 많으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한없이 기쁘고 편안한 반면에, 일이 없으면 몸도 마음도 모두 죽을 맛이란다. 때로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어서 강제로 쉬어야 하는데, 역할과부하로는 죽지 않지만 역할저부하로는 죽을 것 같더란다. 본인도 과거에 회사생활을 열심히 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지만, 직장생활할 때는 느껴볼 수 없는, 프리랜서만 느낄 수 있는 심정이란다. 


또 정해진 날, 정해진 만큼 월급이 나오는 이 안정감은 정말 황홀하고 달콤하다. 그런데 그 달콤함이 지나치면 무기력해지고 무능해진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은 회사로부터 일을 수주하는 프리랜서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업무를 바라보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달리 보인다. 


그래서 이제까지 적당히 하던 일도 훨씬 진지하게 처리하게 된다. 고객 즉 상사나 회사가 진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에 집중하게 되면서 문제를 보는 눈,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진다. 또한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결과를 주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경쟁력도 생긴다. 


그러다보면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자신은 성장한다. 결과적으로 내가 잘 되는 거다. 가장 좋은 예행연습 중 한 가지는 지금 있는 곳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고 애써라

많은 사람들이 외친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라’, ‘당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해라’, ‘당신이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시작해라.’ 우리가 참 많이 들었던 얘기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장면에서 열정을 느끼는지 발견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3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했음에도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거다. 아마 평범한 직장인들 중에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클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생활의 속성이 다양한 장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혁신하라, 도전하라, 창의적으로 시도하라’고 강조하지만, 막상 새로운 걸 들고 가면 새롭다고 뭐라 한다. 창의적인 걸 들고 가면 해본 적이 없어서 안 된단다. 도전적인 걸 들고 가면 리스크가 크다고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한단다. 그러니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행에 따라 정해진 대로 일을 하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지혜가 필요했던 거다. 


부서 배치나 이동, 업무 내용이나 목표도 대부분 회사가 결정해준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역할이나 일이라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이 20~30년간 지속되다 보면 주어진 역할이나 일은 잘해낼 수 있어도, 스스로 새로운 과제를 찾아내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장면에서 열정을 느끼는지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데 퇴직 이후의 삶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그 일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또 혼자할지 누군가와 함께 할지 등을 오롯이 내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 나는 철로를 달리는 기차의 운전자였다면, 퇴직 이후에는 이정표 없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운전자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발굴해서 미지의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도 의미가 있고, 멀티잡을 통해 자신의 경험이나 취미 또는 인적 네트워크를 테스트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중년기 이후 삶에서 핵심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자신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점은 이런 것들은 관념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판기처럼 행동과 함께 즉각 결과물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지,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열정이 느껴지는지를 확인하려면 뭔가 시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들은 성공과 좌절, 성찰과 인내의 시간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좋아하고, 잘하고, 열정을 느끼는 일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글은 작가의 책 

'오십, 인생의 재발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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