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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생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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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욥 May 08. 2024

현재와 미래 중간쯤 어디에서

돈 많은 사람과 돈 없는 사람

  사람은 현재를 살아야 하는 것일까? 미래를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내 주위에 현재 만을 사는 사람이 두 명이 있다.  그 사람들은 현재를 살면서도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듯 보이지만 한 가지 일치하는 점이 있다.


 한 사람은 지금 나와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형이다. 그 형은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형은 젊어서부터 그 예술을 스스로 터득하면서 벌어먹었는데 한 달 수입만 해도 천만 원대의 수입을 벌면서 돈 백 쓰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는 사람이다.


 본인은 최소한 7~8백은 벌어야 현상유지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물론 나의 기준에서 평가한 것이지만, 이것저것 쓸데없이 돈도 많이 쓰면서 자기가 쓰는 것이 무엇이 있냐며 내게 허구한 날 볼멘소리를 하며 투정을 부린다.


 그 형이 허구한 날 하는 소리가 있다. 자기 가까운 아는 동생이 직업 전향을 해서 택시기사를 하는데, 사납금을 내고도 3백5십 이상의 수익을 얻는다며, 자기도 저렇게 적게 벌어도 자기 혼자 사는 것은 문제없다며 지금 하는 일에 회의감을 갖고 하기 싫다면서 연일 투정을 부렸다.


 그러던 도중 최근에는 본인의 군대에 간 아들과 외박을 나와 식사를 하며 같이 지내며 이틀 동안에 백만 원 가까이 지출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게 하는 말이 달라졌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돈을 벌어야겠다고 바뀐 것이다. 이번에 군인 아들과 식사와 외박을 하면서, 돈이 없어서 아들에게 밥도 못 사주는 능력 없는 아비는 되기 싫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그 형보다도 나이가 훨씬 더 많은 58년 개띠 남자다. 나는 최근 부동산업을 시작했는데 나의 사업을 같이 도와주고 있는 이른바 똠방이다.  


 나는 그 사람을 삼촌 삼촌 하면서 사업을 같이 했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형편이 없는 상황이라 한 건도 못 했지만 암튼 그러고 있다.


 그 사람은 기초생활수급자이다. 나라에서 월 70만 원 정도씩 나오고 아파서 병원을 가도 공짜다. 그리고 지금은 나라에서 제공하는 신축 투룸에서 살면서 다달이 14만 원 정도씩만 내고 혼자 살고 있는 남자다.


 그 사람이야말로 정말 현재만을 사는 남자다. 그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기초생활수급자 타이틀이 해제될까 봐 재산도 갖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가 몰고 다니는 차는 다른 사람 명의다.


 그 사람은 그런 기초생활수급자 삶에 만족한단다. 그건 월 70만 원씩 나와도 그 안에서 쓸 것을 쓰고, 또 안 써도 그만인 삶에 만족한다는 소리다.


 나도 그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려면 담배나 술은 절대 금지이다. 그런 술, 담배는 분명 인간의 사치품이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둘 다 한다. 심지어 술도 한 병 사서 집에서 김치와 함께 먹으며 사는 것이 아니라, 술집에 가서 과일안주와 같이 곁들여 먹으며 1회의 술값만 해도 2-30만 원씩 쓰는 것이다.


 담배는 어떤가? 하루에 2갑씩 펴대며 산다. 그렇다는 것은 적어도 한 달에 담배값이 30만 원이 넘는다는 소리다.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나는 것일까? 최근에는 술값이 없어서 내게 50만 원을 빌려갔다. 나는 그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을 알기에 그 돈을 돌려받는 것은 거의 포기하고 빌려준 것이다.

 

 나는 미래를 걱정하며 사는 사람이다. 왜 하필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 폭망시대에 부동산 사업을 벌여놓았는지 몰라도 그 때문에 있는 돈도 아껴가며, 마트에서 김치를 사는 것조차 아까워서 못 사 먹고 있는 사람이다.


 내게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 통장엔 현금만 1억 5천이 넘게 있고 지금 전셋집의 보증금만 해도 1억 5천만 원이 있다.


 내가 돈을 아끼는 것은,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이 돈이 결코 많은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쓰고자 마음먹으면, 아니 마음먹지 않아도 이 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지고 만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이다.


 위 두 사람은 그런 날 보고 내가 사는 삶을 지적한다. 그렇게 살아서 뭣 하냐면서  말이다. 예술가 형은 택시기사를 예로 들면서 그것도 마치 매우 쉬운 일인 양 말하며 그리 살라고 한다.


 똠방 삼촌은 다 집어치우고 자기처럼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란다. 그게 심사 편하다고 말이다.


 그게 과연 정답일까? 나 또한 그들의 삶이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현재만을 살면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처럼 사는 것이 정답일까? 이제 와서 아들에게 능력 없는 아비가 되기가 싫은 마음이 드는 것, 그리고 남에게 빌붙어서 하루하루를 아등바등하며 사는 것, 그게 다 현재만을 사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닌가?


 알 수 없다. 정녕 어찌 살아야 하는지. 중간이란 없는 것일까? 나 또한 중간에서 살고 싶으나 그 자체가 너무 어려운 삶의 숙제가 아니가 싶다.


 난 중간에서 살고 싶다. 현재와 미래 중간쯤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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