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0화: 꺼진 카메라, 다시 찾은 여행

— 행복의 재발견 —

by 제이욥

정하린 씨의 삶은 언제나 화려한 풍경과 수많은 '좋아요' 속에 있었다. 그녀는 전 세계를 누비는 가장 유명한 여행 인플루언서였다.


그녀의 손을 거친 영상과 사진들은 늘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녀의 이름은 '여행의 여신', '힐링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는 여행지의 진정한 매력보다는, 인스타그램 피드에 완벽하게 어울릴 '인증샷'과 바이럴 마케팅에 효과적인 '킬링 포인트'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녀에게 여행이란 '콘텐츠 생산'이자 '끊임없이 확장해야 할 브랜드'였다. 사람들의 문화나 소박한 삶의 이야기는 그녀의 카메라에 담을 '소재'일 뿐이었다.


고도로 계산된 비행 일정, 완벽하게 연출된 미소, 그리고 매혹적인 배경…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에 대한 치밀한 전략이었다. 그의 모토는 "모든 순간은 콘텐츠다"였다.


“다음 코스는 아이슬란드의 비현실적인 빙하 호수입니다. 여기서 드론으로 360도 촬영을 하고, 저는 슬로우 모션으로 감격하는 표정을 지을게요. 그리고 '대자연 앞에서 겸허해지는 나'라는 감성적인 문구를 달아주세요.”


그는 촬영장에서 늘 단호하고 자신감 넘쳤다. 그의 과학적인 콘텐츠 기획 덕분에, 그녀가 소개하는 여행지는 늘 최고의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유명 여행사와 호텔들은 그의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광고를 의뢰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글로벌 트렌드세터', '여행 업계의 거물'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늘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존재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아도, 전 세계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러도, 그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어려웠다.


고도로 계산된 여정, 완벽하게 연출된 순간… 그것은 완벽했지만, 어딘가 차갑고 메말라 있었다. 낡은 배낭을 메고 시골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의 따뜻한 미소 속에서 느꼈던 소박한 기쁨은 이미 오래전 기억 속에 묻혀 있었다.


"정말 이 모든 것이 여행의 본질일까? 완벽하게 연출된 이 이미지 속에 살아있는 나만의 행복은 어디에 있지? 나는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 걸까?"


그는 종종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대답을 찾기 전에 다음 프로젝트의 복잡한 촬영 계획과 마감 기한이 그를 채찍질했다. 그의 사무실 책상 한구석에는 덮개에 덮인, 그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떠났던 소풍에서 주웠던 빛바랜 조약돌이 놓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린 씨에게 예상치 못한 비보가 전해졌다. 그녀가 최근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며 극찬했던 남태평양의 작은 섬 '아롬섬'에 초강력 태풍이 강타한 것이다. 아롬섬은 그녀의 콘텐츠 덕분에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지만, 낙후된 시설과 얇은 지반은 태풍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섬은 폐허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여행지'가 한순간에 잿빛 재난 구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말도 안 돼! 내가 이렇게 완벽하게 홍보하고 아름다움을 알렸는데!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된 거야!"


그는 경악했다. 그의 화려한 여행 콘텐츠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모든 촬영 계획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클라이언트들의 항의와 대중의 비난이 빗발쳤다. 그의 '힐링의 아이콘' 이미지는 한순간에 이기적인 관광객으로 비난받았다.


그의 화려한 여행 인생이 한순간에 멈춰버린 듯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의 손에는 남은 것이라곤 수많은 조회수와 함께, 공허함만이 가득한 머릿속뿐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절망감에 휩싸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그는 휴직계를 내고 무작정 고향의 작은 마을로 향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오래전 도시를 떠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작은 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간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이었다. 그의 손에는 망가진 카메라와 태풍 피해 뉴스 기사만이 들려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몹시 무거웠다.


도착한 시골 마을은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고요하고 푸근했다. 부모님의 펜션은 아담하고 정겨웠다. 창밖으로는 푸른 논밭과 야트막한 산이 펼쳐져 있었다. 부모님은 딸의 핼쑥해진 모습을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하린아, 너 얼굴이 왜 이렇게 핼쑥해졌니? 많이 힘들었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아롬섬 사고라니, 이게 무슨 일이니.”


어머니의 따뜻한 말과 손길에 하린 씨는 낯선 위로를 받았다. 굳이 자신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부모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부모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조용히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었다.


텃밭에서 갓 따온 채소들로 만든 투박한 반찬과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구수한 시골 된장찌개… 화려한 세계 요리보다 더 진정성 있는 맛이었다. 그는 잃었던 입맛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을 한 숟가락 떴을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이 살았음을 느꼈다.


그날부터 하린 씨는 펜션 안에서만 지낼 수 없었다. TV를 켜도, 책을 읽어도 그의 마음은 온통 답답함으로 가득했다. 그의 감정은 억눌려진 채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어슬렁거리다, 그는 펜션 뒤편의 낡은 창고를 발견했다. 그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낡은 지도를 펼쳐놓고 '보물찾기' 여행 계획을 세웠던 곳이었다.


그는 어릴 적, 낡은 창고에서 아버지와 함께 손때 묻은 지도를 펼쳐놓고 상상 속의 여행을 떠나던 기억을 떠올렸다. 화려한 비행기는 없었지만, 낡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 뒷산을 오르며 새로운 길을 발견하던 그 순간의 순수한 즐거움. 문득 잊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는 굳이 목적을 두지 않고, 그저 발길이 이끄는 대로 낡은 창고에 걸린 녹슨 자전거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녹슨 자전거를 타는 것도 어색했다. 엉덩이는 아팠고, 언덕을 오르는 것은 힘겨웠다. 화려한 리조트의 수영장이나 유명 관광지의 럭셔리 투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다. 하지만 덜컹거리는 자전거 페달을 밟고,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그는 이전에 잊었던 어떤 감각들을 되찾는 듯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흙길 위에서 느껴지는 진동, 풀냄새와 꽃향기가 뒤섞인 싱그러운 공기… 이 모든 것이 도시의 여행 콘텐츠 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진짜 감각이었다. 그의 온몸의 세포들이 살아나는 듯했다.


부모님은 묵묵히 그녀의 자전거 여행을 지켜보았다. 서툰 솜씨로 자전거를 타는 그에게 어머니는 말했다.


“하린아, 여행이란 말이다,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가 더 중요한 거란다. 저 낡은 자전거를 타고도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게 보일 수 있어. 네 마음만 열려 있다면.”


어머니의 말은 하린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 그는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 깨달았다. 화려한 이미지와 막연한 예측이 주는 찰나의 만족감 대신, 땀과 노력으로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주는 깊은 만족감. 그는 자신이 좇던 '완벽함'이 실제로는 너무나도 취약하고 공허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과 삶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웠다.

하린은 그날부터 카메라 없이 마을 곳곳을 자전거로 누볐다.


그는 더 이상 '콘텐츠 생산'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연 속에서 휴식하는 것에 집중했다. 굳이 복잡한 촬영 장비 대신, 낡은 스케치북에 마을의 풍경을 그리고,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담았다.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텃밭에서 일하고, 아이들과 함께 냇가에서 물놀이를 했다. 타인의 삶 속에서 진정한 행복의 순간을 찾아 나갔다.


한 달 후, 하린의 휴직 기간은 끝나가고 있었다. 그는 고향 마을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 화려한 도시의 스포트라이트 대신, 소박한 시골길에서 그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마음이 이끄는 행복을 배웠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그림과 마을 사람들과의 소박한 추억들로 가득한 새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는 도시로 돌아가기 전, 부모님께 고향 마을을 위한 새로운 '여행 코스'를 제안했다. 화려한 비주얼 대신, 마을 주민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직접 요리를 만들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진정한 힐링 여행' 코스였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그의 '비효율적인' 아이디어에 의아해했다.


“하린아, 누가 그런 투박한 여행을 오겠니? 사람들은 다들 편하고 화려한 걸 좋아한단다.”


하지만 하린은 부모님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화려함이 아니에요. 바쁜 도시 생활에 지쳐서, 진짜 자신을 찾고 싶어 해요. 흙냄새, 풀냄새, 그리고 사람 냄새 가득한 여행을 선물해주고 싶어요.”


그녀의 노력 덕분에 부모님의 펜션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하린이 제안한 여행 코스는 '슬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입소문을 탔고, 도시의 바쁜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콘텐츠 제조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여행 작가'로 불렸다. 그의 블로그에는 완벽하게 보정된 사진 대신, 따뜻한 진심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화려한 풍경과 완벽한 이미지 메이킹이 자네를 빛나게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자네 마음을 채워줄 수는 없을 걸세. 때로는 모든 성공의 척도와 불안감을 내려놓고, 낡고 투박한 자전거를 타고 진심을 다해 시골길을 달려 보게나.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것 속에서, 자네가 잃어버렸던 진짜 삶의 행복, 그리고 마음이 이끄는 진정한 여행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하린 씨는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그의 새로운 삶은 여전히 여행과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그 위에 사람들의 온기와 진심이 담긴, 살아있는 가치를 더했다.


그는 매일 아침 떠나는 길 위에서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며 기쁨을 얻었다. 꺼진 카메라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행복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의 삶은 이제 '완벽한 연출'이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진정한 여행'을 따라 흘러갔다. 그는 마침내 진정한 여행가로 성장했다.

keyword
이전 09화39화: 무너진 가면, 다시 피어난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