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다가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백화점 명품 편집샵에 가서 뮤직비디오 의상을 고르다가 괜찮은 옷을 발견해서 보고 있는데, 뒤에서 회사 직원분이 그런 건 안 된다고 하셔서 자세히.보니 현란한 프린트 속에 감쪽같이 욱일기를 숨겨놓았던 것이었다. 옷 한 벌에 몇백은 우습게 넘는 가격의 매장에서도 이런 옷이 나온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고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패션에서 프린트란 의미전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이다.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어김없이 광고가 들어간다. 버스에도 광고가 붙는데, 우리가 매일 입는 옷에는 광고가 없을까? 디자이너는 그 옷에 이미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새겨놓았을 수 있다.
Logo.
하루는 명동에 쇼핑을 갔는데 보세 옷 가게에 들어가자 여기저기에 익숙한 디자인이 보였다. 다른 브랜드 로고를 똑같이 카피하고 철자만 조금 바꿔서 내놓은 상품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런 제품이 굉장히 많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오리지널 브랜드를 몰랐으면 감쪽같이 속아넘어갔을 것이다. 오리지널 브랜드에 대한 저작권 침해이고 이미지 손해이지만 비슷한 제품을 더 싸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상관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똑같은 맨투맨에 유명 로고만 붙어도 가격이 달라진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들어보았을 것이다. 결국 그들이 사는 것은 맨투맨이라기보다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