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해 밖을 본다.
유리 한 장으로 두 개의 세계가 분리된다. 안과 밖, 혹은 밖과 안. 이 얇은 유리를 두고 완전히 분리된 느낌을 받는다. 지나가는 사람은 나를 안에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나는 그 반대로 지나가는 사람을 밖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나를 안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나를 밖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안과 밖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더 넓은 쪽이 밖인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무엇일까? 혹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나는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것과, 창 밖을 지나가는 것 둘 다를 경험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안과 밖은 마치 물결처럼 서로 얽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둘러싼 금방이라도 칼에 베여 찢어질 듯한 피부. 이 아슬아슬한 피부 한 겹이 나를 내면과 외면으로 나누고 있다. 피부 한 겹이라는 얇은 경계가 나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이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삶과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을 보며 죽어있다고 말하기도, 이미 죽은 사람을 보고 살아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 모든 것이 동시에 공존하는 거구나. 애초에 경계는 없었던 것 같다.
밖과 안, 내면과 외면,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행복과 불행. 모든 것이 하나다. 이별이 만남이 되고, 불행이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마음이 편안하다. 아니 불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