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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Jan 12. 2024

25화 쏘피야, 조금만 천천히 가!



깔끔쟁이 최쏘피가 화장실에 예쁜 고구마를 만들었다.(혹시 지금 고구마 드시는 분들은 죄송합니다;;;)

녀석은 요즘 고구마만 잘 만들어도 칭찬을 받는다.

자고 일어나도,

물을 찹찹찹 바닥에 다 흘리면서 먹어도,

꼬리를 살랑~ 흔들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봐도, 

녀석은 가족들에게 온통 칭찬을 받는다.

데 이번에는 예쁜 모양의 고구마를 화장실까지 가서 만들었으니, 칭찬을 두 배로 받아야 한다.


착, 착, 착, 착, 착...

귀여운 소리를 내며 화장실에서 나온 녀석의 응꼬를 난 늘 그렇듯 물티슈로 닦아주고, 곱슬거리는 녀석의 머리털을 부드럽게 쓸어줬다.


녀석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거실을 천천히 한 바퀴 돌더니,

착, 착, 착... 발소리를 내며 다시 화장실로 들어간다.


'어? 왜 그러지?

고구마를 다시 만들려고 하나?'


평소와 다른 녀석의 모습에 난 화장실 밖에서 녀석을 조용히 지켜봤다.

조금 전 만들었던 고구마를 녀석은 한참을 신중하게 쳐다본다.

그리고 동그란 콧구멍을 움직이며 아주 천천히 더욱 신중하게 냄새를 맡는다.

그러더니...

...

..

.

. . . 니.

핑크색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지가 싼 그 예쁜? 고구마를 핥았다! ㅠㅠ

깔끔쟁이인 최쏘피가 고구마를 핥았다! ㅠㅠ


"! 으악! 쏘피야?

ㅆ.. 쏘피야!! 아아아..

아.. 아.. 안ㄷ.. 돼!! 먹지 마!" 


너무나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더듬거리며 나온 나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몸은 전광석화처럼 반응하여 녀석을 들쳐 안았다.


"쏘피야, 왜 그래? 이게 무슨 일이야?"


난 녀석을 안아서 세면대에 물을 틀고, 입을 벅벅 닦이기 시작했다. 검지에 강아지용 치약을 듬뿍 짜서 쏘피의 입속에 넣고 입 속 여기저기를 벅벅 닦였다.


녀석을 벅벅 닦이면서 왈칵 나오려는 눈물을 꿀꺽 삼켜본다.

무엇을 잘못했냐는 듯이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녀석의 저 눈동자가 아프다.





녀석의 약은 항경련제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제는 3가지의 약이 한꺼번에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녀석은 여전히 멍한 시간이 있다.


어떤 날은 뒷다리에 힘이 더 없다가,

어떤 날은 휘청거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약을 먹었음에도 경련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엊그제는 오른쪽으로 머리가 기울어지며 강직이 왔다.

여때까지는 왼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며 강직이 왔었는데, 이제는 오른쪽으로도 강직이 온다.


이제는 너의 우뇌, 좌뇌에 모두 종양이 가득 찬 걸까?

너의 뇌가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

너의 다른 모습을 볼 때마다 네가 곧 떠날 것만 같다.

너와의 이별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프다. 너도 나도...





(쿠*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커브가위+숱가위)


둥글게~ 자연스럽게~ 커트가 된다는 애견 전문 미용 가위를 인터넷으로 찾아서 쿠* 새벽배송으로 주문씩이나 했다. 

하~! 이번엔 정말 잘해보겠노라 벼르면서 전문 가위를 주문씩이나 했으니, 기필코 성공할 것이다!

(과거에 꽤 여러번 망한 미용으로 골룸 쏘피를 만든 적이 있음은... 비밀이다!)

나는 녀석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속하며,

쏘피의 산발이 된 머리털을 자르기 시작했다.


한쪽을 자르다 보니, 다른 한쪽이 더 길어 보인다.

그래서 다른 한쪽을 자르니, 이번엔 뒤통수 쪽이 길어 보인다.

주둥이 털을 자르니 턱 밑 털이 길어진다.

턱 털을 자르니 목 털이 길다.

이러다 온몸의 털을 다 잘라버릴 것 같다.

더 이상 자르면 큰일 나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팍팍 온다. 

골룸 쏘피는 안된다!


'아아~! 장비빨도 통하지 않는 나의 똥손이여!'


녀석을 가장 예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쏘피야! 미용 망했어. ㅜㅜ


다음엔 더 예쁘게, 진짜 예쁘게 해 줄게!


그러니

      조금만 천천히 가! 응?" ㅠㅠ




미용을 한 지 며칠이 지나니, 그나마 나아졌다. (뽀샵 사진이지만) 나름 귀여워! 쏘피야!♡
눈사람도 구경하고~~
산책 중 발견한 멋진 트리에서 사진도 찍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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