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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Apr 21. 2024

36화 (2) 능동적인 마침표


고딩 딸내미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엄마 나도 같이 병원 갈래요."


쏘피가 아파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이 힘들어했던 딸이 걱정스러워서

나는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려 했다.

쏘피의 안락사를 딸에게 보여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수백 번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래서 산책만 같이 하고, 병원엔 가지 말라고 했다.

쏘피를 화장하고 마지막 인사하는 시간에는 모두 함께 갈 것이니,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딸은 다행히 나의 말에 수긍하며 '알았다'라고 대답했지만,

막상 이 순간이 니 차마 쏘피를 놓지 못한.



"쏘피와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어요.

저도 갈래요. 쏘피를 보고 싶어요.

병원 가서 울지 않을게요. 저도 갈래요." ㅠㅠ



 말을 들으니 

집에서 혼자 울면서 기다리고 있을 딸의 마음 또한 아프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내 뒤로는 쏘피를 꽉 끌어안은 아들과

그 뒤를 따라오는 딸이 있다.

발꿈치에 천근 무게가 달려있는 것처럼 한없이 무겁다.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차마 쏘피의 눈을 쳐다볼 수가 없다.

너도 지금이 마지막이란 걸 알고 있는 걸까?

너의 체온과 숨결과 심장소리가 나에게 느껴질까 봐 두렵다.


의연해야 한다.

감정을 드러내선 안된다.

건조하게 계획한 대로 행동해야 한다.

녀석이 마지막임알아채지 못하도록...

녀석이 우리의 슬픔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네가 따뜻했던 기억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심장이 뻐근해진다.









나는 쏘피를 안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가족들과 함께 오신 건가요?

마지막으로 인사 나눌 시간을 드릴게요.

얼마든지 함께 하시고, 준비되면 말씀해 주세요."


수의사 선생님은 나를 보고 말씀하신다.


"네에. 선생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녀석이 우리의 슬픔을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녀석이 우리를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떠날 수 있다는 것.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들과 딸에게 다시 쏘피를 데리고 갔다.


"마지막 인사 시간이야."


나의 이야기에 딸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쏘피를 꽉 안아주었다.


너를 버리는 게 아니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사랑을 네가 느낄 수 있도록

우리는 그냥 그렇게 쏘피를 힘차게 안아주었다.


"쏘피야,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이젠 더 이상 아프지 말고, 먼저 가서 고 있어. 알았지?

우리 다시 꼭 만나자. 꼭!

사랑한다."


나는 쏘피의 머리에 나의 머리를 기대고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 시간은 너무나 잔인한 시간이었다.





쏘피는 그렇게 다시 수의사 선생님의 품으로 갔고,

딱 녀석의 몸집만 한 크기의 상자 속에 담겨서

다시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다.



상자를 받아 든 아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어둡다.

여태껏 눈물을 참고 있던 아들이

소리 죽여 울다가 점점 울음이 커진다.



"흐흐 흐흑.. 흑흑


상자가...

상자 우리 쏘피의 무게랑 똑같아요.

흐흐흑 흑흑흑."



흐느끼며 우는 아들을 보니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진다.








그렇게 쏘피를 떠나보냈다.


그 후로 나는 며칠을 아팠다.

딸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하다가, 심장이 두근거려서 힘들다고 했다.

아들은 정신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녀석이 떠난 지 두 달 반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난 아프다.

네가 자연사를 했으면 이리 아프지 않았을까?

끝의 끝까지 너를 봐야 했을까?


차라내가 나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했다면 이렇게 무겁고 쓰리지 않았을 것 같다.


너의 죽음을 결정한 것이 나이기에,

너의 죽음은 능동적인 마침표가 아니고 나의 선택이었음을 난 알고 있기에

그래서 이리도 아픈가 보다.



'쏘피야, 그래서 엄마 꿈속에는 나오지 않는 거니?

ㅠㅠ 

보고 싶다.'





넌 마지막 모습까지도 참 예뻤어 쏘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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