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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Apr 01. 2024

한 편의 글을 쓰는 효율적인 방법

한 편의 글을 쓰는 효율적인 방법

요새는 일과 육아(특히 육아!! 으악!!)에 치여 블로그를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쓰는 편이다. 사실 지금 이 글 또한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쓰고 있다. 일과 육아에 치이다 보면 사실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투리 시간을 내서라도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렇게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이 바로 장기적인 성장을 불러오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종류의 일은 한 그루의 묘목을 심는 일이자 복리를 기대하는 투자다. 그렇기에 평소에 이러한 자투리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모바일로 글을 쓰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고 익숙지 않은 작업이었으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결국은 적응의 문제이자 습관의 문제다. 나의 글쓰기 습관은 어떻게 보면 환경에 스며들기 위한 최적의 패턴을 찾아온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내 나름대로의 글쓰기 방법을 찾아냈다. 만약 블로그를 시도해 보거나 글을 써보려는 직장인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내 글쓰기 방법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니, 사실 방법이라기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사고방식이라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우선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데 있어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테이블에 전부 꺼내놓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료들이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어떤 주제와 관련해 표출하고 싶은 생각을 담은 단어 및 문장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재료들이란 단편적인 생각의 조각들을 의미한다. 글이란 처음부터 갑자기 뮤즈가 강림해 일필휘지로 차자작 수려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있다면 당신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정자에 모여 글짓기를 하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사실 글쓰기는 머신러닝으로 데이터 분석을 하는 것 그리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 또한 이는 가장 쉽게 비유하자면 레고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 레고를 조립할 때도 부품들이 전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품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레고를 다 만들면 스페어 부품들이 항상 남아 어디엔가 따로 보관하듯이 글감 재료들 또한 나중에 필요 없어지면 지울지라도 처음에는 무조건 많은 게 좋다.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 글쓰기는 먼저 멋들어진 제목을 딱 지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주르르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브레인스토밍처럼 내가 어떤 하나의 주제 의식을 잡았다면 그 주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과 단어들을 있는 그대로 전부 꺼내 펼쳐 보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제(사실 주제)를 잡고 대략적인 얼개만 잡아놓았다면 출력 버튼을 눌러 그 내용이 거칠든 말든 간에 전부 써놓는다. 마치 대장 내시경을 하기 위해 관장을 하는 것처럼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끄집어내는 것이다. 콸콸콸~ 당연히 그 순서는 뒤죽박죽이어도 상관없다. 글의 구성과 문단 재배치 같은 구조화 작업은 모든 것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따라서 평소에 문득문득 드는 생각들을 블로그든 노트든 어디엔가 기록해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억이란 것은 휘발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거나 혹은 혼자 걷는 와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창고'라고 부르는 블로그 임시저장 파일에 항상 저장해놓는다. 그래야만 나중에 실제 그 주제로 글을 쓸 때 그 좋은 아이디어를 100% 활용할 수가 있다. 순간순간 도망치려 하는 상념들을 그때그때 캐치해놓아야 한다.


흰 바탕 위에 내 안에 있던 모든 걸 쏟아내었다면 이제 그 단어들과 문장들을 조립하여 문단들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또 그 문단들을 논리 순서 혹은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재배치한다. 문장 간의 연결 구조와 논리 구조는 머신러닝에서의 모델이자 프로그래밍에서의 함수다. 물론 글쓰기의 논리 구조, 즉 수사학은 머신러닝 모델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몇 가지 패턴만 익힌다면 평생 두고두고 써먹을 수가 있다. 글쓰기에도 공식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한다. 글쓰기에 대한 몇 권의 책들을 읽어보면 이것이 실재한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글의 중간중간에 이미지를 넣어야 한다면 우선 모바일로는 그런 이미지를 쉽게 만들거나 넣기가 불편하니 그 이미지가 들어가야 할 공간에 괄호를 치고 어떤 이미지를 넣을 건지 간단하게 기술해놓는다. 그러고 나서 퇴근 후 집에서 PC로 이미지를 만들거나 찾아서 붙여 넣는 것이다. 직접 이미지를 만들 때는 아직까지도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 평소에 사색을 많이 해야만 글쓰기의 강도와 빈도가 올라가는데, 그 이유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우선 활자로 찍어내기 전에 문장문장들을 이미 머릿속에 써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치는 손은 그저 뇌의 명령을 받아 뇌가 이미 생각해놓은 문장들은 그저 복사 붙여넣기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활자로 현실화시키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생각하는 힘, 그리고 생각하는 연습은 필수적이다. 평소 어떤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또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사유의 연습은 단연 독서다. 생각이라는 것은 갑자기 불현듯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입력이 있어야만 출력이 있듯이, 글을 읽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는 모방과 창조의 그 모호한 경계에 위치한다. 글을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고를 해야 하며, 끊임없이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다독을 해야 한다. 앞서 말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글감들을 흩뿌리기 위해선 그것의 원재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향고양이가 루왁 커피를 만들어내기 위해 커피 열매를 섭취하는 것처럼,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꾸준히 섭취하며 사고와 사색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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