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s Next?" 보다는 "What's Eternal?"
4차 산업혁명, AI, 챗GPT...
과연 그다음은 무엇일까? 그리고 또 그다음은?
많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언제나 그다음엔 무엇이 나올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과 주장을 한다. 또한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를 기치로 내걸고 앞으로 세상의 모습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임을 설파한다. 하지만 존 템플턴 경의 말처럼 네 단어로 된 이 말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과 형태는 계속해서 바뀔지라도 세상을 돌아가게끔 만드는 그 숨겨진 본질은 절대로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숨겨진 본질이 과연 무엇이냐?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왜 경기 사이클은 항상 주기적으로 반복되는가? 왜 호황의 끝엔 불황이 기다리고 있으며, 또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호황이 펼쳐지는 것인가? 왜 버블은 항상 발생하는가? 또한 왜 모멘텀 전략은 과거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작동을 해왔던 것일까?
이 모든 현상들에 대한 원인은 결국 인간의 본성, 즉 우리의 DNA 때문이며, 이 DNA는 우리의 세포 하나하나에 아주 뿌리 깊게 박혀있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이다. 변하지 않을 것, 즉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이야말로 마르지 않는 샘처럼 꾸준하고 지속적인 수익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은 퀀트가 금융시장을 대하는 시각을 글로써 말랑말랑하게 풀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다. 따라서 무릇 퀀트라는 방법론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라면 이 책을 계속해서 숙독하여 자신의 사고체계를 여기에 동기화시켜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모건 하우절이 제시하는 이 불변의 법칙들이야말로 투자자와 기업가들이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절대원칙들이다. 이 절대원칙들은 인간의 유전자와 뇌 구조, 그에 따른 행동 패턴과 의사결정 방식이 절대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영겁의 세월 속에서도 꿋꿋이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프로이트의 수제자였던 카를 융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우리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
수십만 년 동안 인간을 움직인 생리적, 심리적 프로세스가 지금도 여전히 작동 중이다.
- 카를 구스타프 융
# 견고한 팩터의 진정한 의미
퀀트가 말하는 견고한 팩터란 단순히 장기적인 시계열에 걸쳐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었던 팩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견고함(Robustness)이란 결국 과거가 아닌 미래에도 잘 작동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래에도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견고한 팩터를 만들어내는 그 기저에는 인간의 본성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논리가 귀결된다. 인간의 본성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모든 것들 중 과학에 버금갈 만큼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생명체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기에 우리의 본성이 나중엔 변할 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과정이라는 것이 몇 백만 년, 몇 천만 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 지난한 과정임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남은 기간 동안 그것이 획기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퀀트가 찾아야 하는 팩터는 단순히 과거에만 잘 작동했던 통계적 패턴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전략이다. 따라서 좋은 팩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그 팩터의 논리적 기저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면서도 변하지 않을 본성들이 내재되어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창의성과 발전적 의지, 탐욕과 공포, 시기심, 불확실성 기피 성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시장의 흐름은 이러한 수많은 인간 본성의 발현들이 서로 얽힘 현상을 겪으면서 만들어진다.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또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그런 의미에서 퀀트는 항상 뇌과학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그다음에 올 테마는 무엇이 될까 보다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간은 원래 예측에 젬병인 족속들이다. 왜냐하면 언제나 뜻밖의 일은 발생하기 마련인데, 전문가들의 예측 테이블엔 그러한 뜻밖의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예측을 하지 않아도 돈은 벌 수 있다.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보다는 오히려 몇 세기가 지나도록 계속해서 반복되는 인간의 행동 패턴, 즉 그 기저의 비이성성과 감정, 호르몬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또 그것을 팩터로 치환시켜낼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절대로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며, 언제나 감정과 호르몬에 지배당한다. 여기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그렇기에 퀀트 또한 비이성적인 자기 자신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합리적인 시스템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