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아빠를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하기 위한 기록
너무 흔하게 쓰지만 막연하고 실체가 없어 보이던 감정, '사랑'이다.
한글을 깨쳤을 때부터, 어버이날 또는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편지 끝엔 항상 '사랑해요~' 쓰곤 했는데.
그 감정의 실체가 요즘처럼 절절하게 와닿던 때가 없다.
내가 아빠를, 우리 가족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구나.
한밤 중에 아빠가 잘 자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
죽 한 그릇을 비웠을 때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
작은 미소 한번 보기 위해 열심히 애교를 떨게 되는 것.
먹다 뿜어버린 음식도, 대소변에 절은 기저귀도 더럽지 않은 것.
얼굴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애틋해지는 것.
…
사랑이다.
그런데 이 '사랑'은 반쪽짜리여서 늘 '두려움'과 함께 짝을 이뤄 찾아온다.
이 사랑의 존재가 변해갈 수 있다는 두려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
그 뒤에 찾아올 슬픔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동시에 찾아오는 극과 극의 감정에 어쩔 줄 모른 체 오락가락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