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 일상과 감정을 글로 남기기가 어렵다.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귀찮음이겠지. 안네의 일기나 난중일기처럼,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뭐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두 번째는 이런 글을 남겨도 괜찮을까? 하는 자아 검열 속에서의 두려움이다. 글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내 얘기 이외에 가족이나 주변인들 사정도 드러나게 마련인지라, 어느 선까지 적어도 괜찮을지 가늠이 가지 않아서 차라리 쓰지 않음을 택해버린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관종 재질인 까닭이리라. 수줍음이 많은 내향적 인간인 주제에, 아무도 내 글이나 그림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한 여름 가뭄에 축 늘어진 식물 마냥 시들시들해지는 것이다. 관심을 못 받아서 시무룩해지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올리지 말자! 하며 도망칠 구석을 마련해 두는 느낌이랄까.
버라이어티한 일상 속에서도 평범함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세 달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비일상의 일상화에 적응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119 구급차도 탑승해 보았다. 경찰차는 3번째 타본 것 같다. 세 번 다 범죄자가 아니라 신고자 신분이었으니 이상한 추측은 하지 않아 주셨으면…
단장의 마음으로 병원에서 대기하는 중에도 배가 고프다는 사실에 인간이 참으로 한없이 나약하고 한심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더랬다. 식욕이 없어도 밥은 먹어야 하고, 그래야 또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평범한 척,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며 살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또 아예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오늘도 또 이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잠들기 전까지 부디 별일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