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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시 Jan 02. 2024

질투와 부끄러움, 그 사이

그까짓 반지가 뭐라고.

소위 말하는 ‘명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인생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으로 가져본 명품백은 백화점 이벤트에서 1등 당첨으로 받은 것이고, 그마저도 거의 쓰지 않다가 친척 중 한 명이 눈독 들이길래 그냥 가져가시라 하였더랬다.




나이가 들고 보니 주위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명품가방 몇 개씩은 가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캐릭터 상품이나 특이한 핸드메이드 제작 상품을 좋아하는 내가 약간 유치해 보이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명품 가방보다 귀여운 디자인의 가방들이 더 좋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욕심이 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주얼리. 그중에 특히 반지였다.




옛날 명품의 ㅁ도 모르던 대학생 시절에, 교제하던 사람에게 티파니 다이아 반지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왠지 지는 기분이 들었던 나는 그 길로 바로 그 메이커 매장을 찾아가서 내 디자인과 똑같은 남자 반지를 있는 돈 없는 돈 털어 구입했고(심지어 여성용 반지보다 더 비쌌다!) 바로 그에게 같은 걸로 선물하여 무승부로 만들었다며 혼자 뿌듯해한 적이 있었다.


그 후에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 이별을 하고, 반지는 분실하여 거기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할 무렵, 남들 다 하는 결혼반지를 맞추려 했더니 남편 될 사람이 직업상+성격상 반지는 착용할 일이 전혀 없다며 극구 반대하여, 반지 대신 커플 시계를 구입했다.

그즈음 결혼하는 친구들을 통해 까르띠에 트리니티, 불가리 비제로원 등의 소위 말하는 명품 주얼리들을 어깨너머로 구경하고 주워들으며 약간의 부러움을 느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부러움의 원인은 명품보다는 결혼반지를 맞추는 그 자체를 동경해서였다.




그 길로 한참을 잊고 살다가, 몇 해 전부터 갑자기 반지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커플 반지가 아니면 어떤가! 나 혼자 끼면 되지? 그리하여 주얼리 전공한 지인께 부탁해서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의 반지도 몇 개 만들고, 한참 기분 좋게 잘 끼고 다녔더랬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소위 메이커 있는(?) 반지를 끼고 싶다는 허황된 욕심이 마음 한구석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금속 자체 가격보다 상표에 지불하는 금액이 대부분인 것을 알면서도 속세의 때가 묻은 내 모습이 좀 한심하기도,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나쯤은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커졌다.


그래서 고민과 고민 끝에 내 분수에 맞다고 판단되는 금액대 브랜드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반지로 구입을 했다. 그러나 뿌듯함은 찰나였다.




특이한 디자인의 반지를 하고 다닐 때는 차라리 나았다. 비교가 안 되니까. 막상 브랜드 있는 제품을 사고 보니, 내가 산 브랜드보다 더 비싼 제품과 더 고급 재질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의 반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소 몇백만 원 단위로, 나로서는 언감생심 구입할 엄두도 내기 힘든 것들이었다. 꼭 사려면 사지 못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굳이 저 작은 고리 하나에 그 정도 금액을 지불할 만큼 나의 간이 크지 못했다. 차라리 그 돈이면 최고 사양의 아이맥이나 맥북프로를 사겠다는 심정이랄까?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비싸고 좋은 반지와 비교되어 하찮아 보이는 내 반지는 보석함 한 구석으로 들어가 버렸고, 내 손에는 예전에 끼고 다니던 특이한 디자인의 핸드메이드 반지들이 다시 자리 잡았다.




반지 하나에서 생기기 시작한 허영심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쓰지 않아도 될 곳에 비용을 지불하고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마음에 그나마 돈 주고 산 반지도 안 끼고 다니게 되는 꼴이다.

사실은 그 반지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아닌데, 내 반지의 10배가 넘는 금액대의 반지를 끼고 있는 사람을 보면 주눅이 드는 나 자신이 한심해서 보기 싫었다.

그전에 끼고 다니던 반지들은 그들의 명품 다이아 반지에 비하면 1/100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고 이상하다.




남들 흉내 내거나 부러워하지 말고, 내가 살던 대로,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지.

손가락에 걸친 반지가 그 사람의 중요한 부분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잠시나마 부끄러워했던 어리석은 나여. 늦었지만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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