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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 Oct 26. 2020

할머니와 살게된 이야기

10월 26일


OO이를 임신했을 때 아빠와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이 잘 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창고에서 창고형매장으로 이전을 준비하려고 하는 기간이기도 했어.

일이 바빠서 지난번에 이야기 한것처럼 산부인과 정기검진도 놓치기도 했었고, 너를 제왕절개로 출산하기로 하고 철학관에서 택일을 해서 수술날짜까지 잡아놨는데, 수술 전날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했단다. 수술 전날 밤에 병원에 입원해서 금식을 해야 하는데, 엄마는 저녁7시가 넘어도 일이 안끝나서 병원에 못가고 있었단다. 8시가 다 되자 병원에서 왜 안들어오냐고 전화가 오더구나. 일이 안끝났다고 금방 가겠다고 하고서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집에가서 얼른 챙겨놓은 집을 가지고 병원에 갔을 때는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지.


할머니가 택일해주신 좋은 날과 좋은 시에 OO이는 수술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단다. 지금도 그렇지만 뱃속에 있을때부터 할머니는 OO이를 끔찍이 아끼고 좋아하셨어. 엄마가 바쁜데 누나는 안키워주셔서 15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지만, OO이는 할머니께서 키워주신다고 올라오셨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할머니께서 우리 집이 답답하다고 일주일 만에 내려가시겠다고 하시는거야. 안동에 다른일들도 걱정이 되기도 하고, 우리집에서는 갈수 있는곳, 할수 있는게 없으니 그러셨겠지. 태어난지 얼마 안된 갓난아이를 맡길데도 없으니 데리고 가셔서 키워준다고 하셨지. 그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단다.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친가나 외가에 아이를 맡기기도 해. 그렇게 OO이랑 할머니는 안동에 내려가고 누나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엄마는 다시 출근해서 일을 하면서 지냈단다.


지금도 OO이 입맛이 굉장히 예민하지? 엄마는 가끔 절대 미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렸을때도 너의 미각과 장은 예민했단다. 엄마는 나름대로 좋은 분유를 먹인다고 수입 유기농 분유를 사서 보냈는데, 그걸 먹으면 계속 설사를 한다는거야. 그래서 분유도 특수분유인 설사분유같은걸 먹고 자랐어. 할머니는 육아에 있어서 자기 주장이 굉장히 강한 분이셔. 엄마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무던한 사람이고. OO이를 할머니한테 맡길 때 아빠가 한말이 있었단다. “우리가 키울 여력이 안되서 할머니한테 맡기는거면 할머니의 육아방식을 존중해주고,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엄마도 그말이 맞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세대차이라는 것이 있어서 자꾸 눈에 거슬리는게 있는데 말로는 하지 않아도 마음속에는 차곡차곡 쌓이더구나. 


OO이는 할머니의 극진한 보살핌과 안동큰집식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유아기 시절을 보냈단다. 그때 당시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지금 돌이켜보면 엄마는 그때 OO이를 보낸게 많이 후회되고 미안하단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 이실거야. 아빠가 말은 무뚝뚝하게 하고 표현은 잘 안해도 츤데레거든. 할머니가 항상 얘기하시지. OO이가 아빠를 닮아서 똑똑하고 머리가 좋다고. 영, 문, 현, 세명다 아빠를 닮아서 똑똑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말도 잘하고, 엄마는 복받은 사람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희들 셋에 아빠까지 엄마가 감당하려니 말빨도 딸리고, 논리도 딸리고 버겨울때가 있는건 사실이야. 


OO이 덕분에 엄마가 매일 편지도 쓰고, 예전 생각도 하면서 반성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도 하게 되어 고맙다.

올해는 코로나로 집에서 집콕생활하면서 이렇다할게 이룬게 없이 1년이 후딱 지나가버렸네.남은 60여일 동안 엄마는 OO이에게 편지를 꼬박꼬박 쓰기로 했단다. 엄마도 하기 싫어서 미루고 마무리 못짓는 일들이 많거든. 혹시라도 엄마가 편지를 안주게 되면 니가 옆에서 달라고 재촉을 하기 바란다. 그게 엄마의 성장을 OO이가 도와주는거야. 엄마도 아직 부족하고, 배울게 많은 사람이거든.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란다.

고맙고,

사랑하고,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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