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회사를 포기하며 느낀 교훈
화요일에 합격 전화가 왔다. 일주일 뒤인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합격전화가 오고 난 뒤 잠깐 신났다가 출근이란 의무가 내 몸을 짖눌렀다.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하기싫어를 한참 외치며 목요일까지 와버렸다.
금요일엔 입사 준비해야지. 미뤄놨던 개인적인 업무도 전부 처리하고, 꽃가루 범벅인 차는 세차도 해야겠다. 금요일은 아침부터 야무지게 움직이고 나서, 회사에 주차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전화해봐야지라고 다짐했다. 부랴부랴 모든 업무를 끝내고 세차만 남았다. 묵은 때를 벗기려 손세차를 하려 했는데, 아침부터 움직인 내 몸은 2시간의 운전과 더위에 맞써 습기먹은 습자지 같이 흐물거렸다.
'이대로는 손세차 못해. 조금 쉬다 해야지. 쉬는 김에 전화해봐야겠다. 회사 주차장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큰 빌딩 안에 있는 스타트업 회사였다. 6개월 계약직 후 심사해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여도, 기업의 가치가 매력적이었다. 면접 준비를 그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었다. 사실 면접을 몇번 보러다니지도 않았지만. 여튼 열심히 준비했다. 좋아하는 회사니까.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신규입사자입니다. 혹시 첫 출근인데 주차는 어떻게 하나요?"
돌아오는 대답은 "아, 빌딩 주차는 하루에 2만원이라서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걸 추천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찰랑찰랑했던 물잔의 물이 넘쳐버렸다. 내가 생각한 조건의 마지노선을 넘었다. 생각했던 게 아닌데..? 회사 근처 월주차를 검색했다. 민영주차장은 8-10만원, 공영주차장은 3만원이다. 문제는 공영주차장은 17분을 더 걸어서 회사에 도착한다. 이렇게 되면 1시간 운전에 17분 걷기가 추가됐다. 1시간 30분 동안 출근해야 한단 말인가. 그럼 집에서 2시간 전에 출발해야 하고 타지까지 운전에, 걷기까지 더해지니 절망적이었다.
대학교 통학과 이전 직장 출퇴근으로 8년을 고통 속에서 살았는데.. 그 짓을 또 해야 하는가. 다른 방법이 없는지 친구들에게도 공유하며 같이 방법을 찾았지만 없다. 갈건지 말건지 선택만 남았다.
상상을 했다. 여름은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겠지. 사무실에 앉았을 땐 업무를 할 수 있을까. 결론은 못하겠다. 내가 계속 예민해져 있을거고, 회사생활때문에 내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질 것 같다. 그래도 가고 싶던 회사여서 주변에 의견을 물었다. 근데 포기할까 싶다고 할 때 말리는 사람이 없다. 돈도 돈이며, 내 시간과 삶의 질 따졌고 내 미래를 생각했다. 첫회사면 몰랐겠지만 내 삶을 그렇게까지 희생하며 회사를 다닐 마음이 없었나보다.
"사실 일보다 더 잘됐으면 하는게 제 인생이거든요"
'아무튼 출근'에서 카드회사 직원이신 이동수님이 하신 말씀 중 감명 깊은 문장이다. 유투브를 보면서 이동수님이 멋있었다. 일과 커리어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자 나도 저런 회사원이 되어야 겠다는 모델을 찾았달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직도 후회는 한다. 중소기업이었지만 '가치'에 투자하는 회사였고, 회사의 문화가 수평적이며 젊은 기업이라는 것이 아주 매력적었다. 내가 '그 회사의 면접을 준비할 때만큼 다른 회사에도 열정적일 수 있을까'하는 자신감 없는 의문이 들지만 직장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내 삶도 중요하다. 내 인생이니까. 잘 선택한 일이야라고 다짐을 하지만,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욕심나니까 '내 삶 투자해야 했을까?'하는 의심을 버리고 싶다. 미련 섞인 후회의 알쏭달쏭한 마음은 다른 직장으로 채워질 때 미련이 버려지겠지.
사진 출처_unsplash: c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