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 문구를 보고 나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년 전 친구가 선물해 준 ‘톰소여의 모험’이 아직 그대로 책장에 있었지만, 이 책을 먼저 읽고 싶어졌다.
주정뱅이 아버지의 유괴, 감금, 이상행동을 견디다 못해 탈출한 허크는 잭슨 섬에서 도망친 흑인 노예 ‘짐’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뗏목 하나를 타고 강을 따라가며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자신들을 ‘왕’과 ‘공작’이라 칭하며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이들을 만나 일행이 되기도 하고, 그들의 잘못된 행위에 회의를 느끼고 그들로부터 벗어나기도 한다.
사기꾼 일당은 짐을 팔아 넘기고, 허크는 짐을 찾아 탈출시키려 애쓰던 중 톰 소여를 만난다. 모험 전문가(?) 톰 소여는 계획에 동참하고 딴에는 원대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짐을 탈출시킨다.
소설의 중심 사건은 허크와 짐이 만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고, 그들이 경험하는 일들로 이루어진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완성도가 있고 흥미로웠다. 특히 허크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거나 위기를 모면하기를 원할 때 하는 유창한 거짓말들과 그의 심리를 보는 재미가 백미다.
이 소설은 이렇게 ‘재미있는데’,
가볍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근본적으로 던지고 있는 질문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누가 인간인가”라는 것이다.
허크는 도망친 노예 짐을 고발할 서인지 말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갈등 끝에 그는 짐을 고발하지 않고 구하기로 결심한다.
어린 소년의 눈에는 ‘짐’이 그저 인간인 것이다.
얼마 전 읽은 책을 통해 노예를 실어나르던 배, ‘노예선’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간의 잔혹함에 경악하며 당대 노예제도가 어땠는지 알아 보았었다. 당시 노예들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으로 취급받았고, 아프리카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들을 수용하기 위해 ‘물건’처럼 적재된 채 몇 개월의 시간을 보내며 낯선 땅으로 끌려 왔다.
허크에게 ‘짐’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인간이다.
교대로 망을 보기로 했지만, 피곤한 허크를 위해 홀로 밤을 지새운 짐,
자신을 구해준 허크에게 유일한 친구라고 말해준 짐을
도망친 검둥이라는 이유로 고발해야 하는 것이 맞는가?
독자들 또한 위에 나열된 일화들, 부상당한 톰 소여를 그토록 친절하게 도와준 짐의 모습 등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짐’이 처한 현실을 ‘허크’라는 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당대 사회와 사람들이 벌였던 폭력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책장이 술술 넘어가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거운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