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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Jul 10. 2024

바다를 그리는 아이들

정수윤, <파도의 아이들>


북에서 탈출한 세 아이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설, 여름, 광민. 이 세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공간을 떠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설이는 감옥에 갇히고 공개 재판까지 받은 적이 있지만  또 다시 탈출을 결심한다.


여름은 벽장 속에 숨어 매일 갈 수 없는 세계를 상상했고, 결국 자유를 찾아 떠난다.


광민이는 조금 다르다. 손흥민을 남몰래 동경하는 축구 꿈나무인 광민은 북에서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어머니가 탈북 브로커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어머니와 함께 집을 떠난다.



건너 건너 아는 애들이 물고 온 강 건너 이야기에서는 아스라한 희망의 냄새가 났다. (88p) - 여름



바닷가 마을에서 살면 어떨까. 하늘을 나는 작은 새처럼 날고 싶을 때 날고, 쉬고 싶을 때 쉬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감옥을 막 벗어난 내가 원하는 전부다. 소박하게 살고 싶다. 감옥을 막 벗어난 내가 원하는 전부다. 소박하게 살고 싶다. (81) - 설



아버지가 나를 잡을 수 없는 곳. 멀리, 아주 멀리 도망쳐야 해. 이젠 정말 혼자다. 어떻게든 혼자서 살아남아야 한다. 어머니도 내 곁을 떠났고, 아버지도 더는 믿을 수 없고. 이제 내게 남은 사람은……배낭 속 소니뿐이다. 형, 이제 우리 둘뿐이야. 달리자, 쏜살같이 쌩쌩 어디로든 달리자. 이제 그 수밖에 없어. 내게 남은 건 그것밖에 없어. (77) - 광민




설, 여름, 광민은 우여곡절 속에 남한으로 향하고, 이국의 수용소에서 하염없이 남한으로 갈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쳐갈 때쯤, 셋은 수용소 담장을 넘어 바다로 달려간다.



책을 읽으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북의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사회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그들의 삶. 긴 분단의 세월 속에서 


이젠 그들이 북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는 그들의 삶이란 고작 어린 시절 <통일 전망대>라는 티비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삶 정도이다. 자유분방한 천방지축 막내딸 설이를 보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남한의 청소년과 그 아이가 다를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벽장 속에 스스로 갇힌 채 자유를 꿈꾸는 여름을 보며,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계 대회에 출전해 축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손흥민을 동경하는 광민은, 내가 속한 이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가지지 못한 게 있다. 바로 ‘자유'다. 그들은 한번도 보지 못한 게 있다. ‘바다'다.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하나 하나 지워가며 그 아이들은 자유를 향해 이곳으로 온다. 그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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