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Differences between US and KR
1. 20년 넘게 외국계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해서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고, 한국 대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미국과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 및 성과를 내는 방법의 차이가 느껴진다. 둘 다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진행 과정과 문화 그리고 구성원들의 이해도에서는 서로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일반론이 아니고, 나의 경험에서 차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2. 우선 미국 회사는 스포츠 경기와 비슷한 면이 많다. 경기에 참석한 플레이어들이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모두가 자기 할 일을 잘하면 전체가 잘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는 구성원들이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크다) 서로 간의 협업 중요하고 이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비중이 매우 크다. 특히 내가 일한 곳이 matrix 조직 구조라서 성공적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 간 alignment을 위한 미팅을 자주 하는 것이 중요했다.
3. 만약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에는, 빠르게 조직 변경 및 리더(플레이어)를 교체한다. 경기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외부 영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실력이 부족한 리더는 벤치 신세로 전략하지만 바로 퇴장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에 오프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스포츠 게임에서 MVP 선수가 있듯이,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게 되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스타플레이어를 만들고 이를 존중하는 편이다.
4. 미국 회사에서 리더의 역할은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을 한 곳을 바라보게 역량이 필요하다. 즉 리더가 조직을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줘야 하고, 이는 스토리 텔링의 중요성과 같은 맥락을 가진다. 분명하고 뚜렷한 전략과 더불어 구성원들을 공감을 만드는 역량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뛰어난 리더들을 보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나고 스토리 텔링에 기반한 프레젠테이션을 매우 잘했다.
5. 따라서 리더는 자신 만의 전략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 시 활발한 논의가 핵심이다. 만약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질문이 없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관심이 없거나 이해가 잘 안 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구성원들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고, 활발한 논의와 미팅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같은 이해(same page)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6. 그렇다 보니 구성원들은 상사의 일방적인 지시로 일하지 않는다. (직급으로 밀어붙인다고 일이 진행되지 않음) 대신 한번 align 되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 과정에서 맞고 틀리고 보다는 협의된 전략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구성원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는데 서로 align 하는 과정에서 질문이 많고, 이해를 시켜야 하는 점이 있다. 그렇다고 이를 생략하고 진행한다면 조직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7. 대신 구성원들이 방향성을 이해하고,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면 토 달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각자 역할에 충실하게 수행한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역할과 결과에 대한 명확한 지시를 리더에게 요구하는 편이다. 외부 환경이 바뀌더라도 처음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추가로 혹은 다른 업무가 부여된다면 자신이 업무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의견을 전달한다. 왜냐면 미국 회사는 겉으로 보기엔 자율성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맡은 바 역할/임무에 대한 강한 책임도 함께 가져간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서 해고될 수 있다.
8. 이후에는 시스템 안에서 돌아간다. 그래서 잘 돌아가는 전략과 시스템, 그리고 이를 잘 운영하는 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하다.
9. 한국 회사(대기업)는 군대 조직과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탑다운(Top down) 방식이다 보니 리더의 의사결정 중요하고, 조직은 전술적으로 민첩하고 진행 속도가 빠르다. 모든 정보와 핵심 내용이 위로 빠르게 전달되고, 모든 정보를 취합한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방향성과 지시를 내린다.
11. 한국 회사의 리더는 큰 전략부터 세부적인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고민한다. 한국 회사에서는 리더가 되기 전에 이미 조직 내에서 다양하고 충분한 경험을 쌓고 올라오기 때문에 실무에 강하고, 철저한 내부 프로세스를 거처 역량이 검증된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들이 제대로 업무가 진행되는지 꼼꼼히 챙기고, 적극적인 개입이 많은 편이다.
12. 만약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는 ‘안되면 되게 해라’라는 정신력이 중요하다. 즉 여건이 불리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역량을 중요하게 다룬다. 중간에 포기하기보단 리더에게 전적으로 권한을 부여해서 조직을 변경하고 기존 구성원에서 한계를 돌파하기를 기대한다. 대신 성과가 저조하거나 결과 좋지 않으면 바로 정리된다. 따라서 리더는 얼마나 조직을 빠르게 장악하고 구성원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기회를 포착하고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서 조직 정비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13. 반대로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 낸 경우에는 미국 회사와 달리 스타를 만들기보다는 모두의 성공을 중요하게 다룬다. 물론 성과에 대한 개인 포상 및 승진을 제공 경우가 많이 있으나, 전체 구성원과의 균형에 좀 더 무게를 두고 개인주의보다는 회사 전체를 위한 성공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14. 구성원들은 위에서 내려온 전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context(왜 이 업무를 하는지)를 이해하기보단, 일단 지시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전략을 이해하고 재해석되면서 이해도가 올라간다. 일단 지시 사항에 대해서 어떻게 이를 달성할 것인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내부 역량을 쌓고 기회를 확대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 회사는 Why 보다는 How to에 강한 편이다.
15. 다만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리더의 지시 사항에 대해 마음속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현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업무 진행속도가 느려진다. 즉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이 방향이 맞는지 따져보는 내부 논의 과정을 겪게 된다.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표현을 하지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성원 내부에서 논의를 치열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전략 및 지시 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다.
16. 또한 일을 진행하면서 팀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또는 타 부서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팀 간 alignment 미팅보다는 Top 리더에게 보고하고 업무 지시로서 관련 팀에게 top down으로 내려가는 편이 많다. 따라서 리더는 끊임없이 고객 및 시장 환경의 변화, 그리고 경쟁사 동향을 살피면서 옳은 결정을 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17. 다만 단점으로는 리더의 역량이 곧 조직의 역량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18. 결론적으로 미국 회사는 개인주의와 자율성, 성과 중심의 문화가 강한 것 같고 한국 회사는 빠른 의사결정과 집단주의 속에서 위계질서가 중요하다. 따라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 회사의 리더는 전략을 잘 세우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잘 짜인 시스템 속에서 구성원들과의 빈번한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하고, 한국 회사의 리더는 솔선수범을 바탕으로 조직의 역량을 파악해서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과 사내에서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향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