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sa(단편 애니메이션)
thank you
Hamsa
함사란 이슬람권에서 자기를 보호하는 부적과 같은 역할을 하는 손바닥 모양의 표시이다. '함사'라는 생소한 소재의 제목처럼 등장하는 아랍 여인과 유대인 여성 그리고 그들이 있는 혼란스러운 예루살렘의 배경 역시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모두 '함사'를 목에 걸고 있거나 '함사'를 가지고 싶어한다.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나온 여인은 불안하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며 호기심에 시장 구경을 하는 아이를 제재하기에 바쁘다. 무언가에 날이 서 있는 듯한 여인의 눈빛은 장신구 가게를 하는 아랍 여인을 더 얼어붙게 만든다. 서로를 향한 경계와 불신은 보이지 않는 선으로 둘을 분리한다. 자신의 아이를 구해준 아랍여인에게조차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아이의 엄마. 무엇이 그 마음조차 움츠러들게 한 것일까?
영화 기생충에서도 주인공 남자가 모시는 주인 남자가 싫어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선을 넘는 것' 그 선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묘하게도 끊임없이 둘은 그것을 느끼며 그 경계에서 위험하게, 아찔하게 맴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그 보이지 않는 선의 안과 밖에서 나의 위치를 조심스레 탐색하는 그 눈빛은 아마도 애니메이션의 여인들을 닮지 않았을까? 곰인형을 안은 소녀는 그녀들 사이를 천진하게 뛰어다니며 마치 지우개처럼 둘 사이의 선을 조심스레 지워낸다. 꾸욱 눌러쓴 연필 자국의 흔적이 한 번의 지우개질로 말끔히 걷히지는 않지만 한 번, 두 번 거듭할수록 조금씩 희미해져가듯이 우리들을 둘러싼 선들도 그렇게 되어갈 수 있을까? 아이를 바라보며 어색한 시선을 주고 받던 여인은 마침내 입을 열어 말한다.
"thank you" 작지만 조심스레 건넨 그 말은 둘을 가로 막던 그것을 걷어내기에 충분했다. 서로에 대한 소통의 시작. 그들이 함께 걷는 그 길이 부디 길게 이어지길 바라며 나를 둘러싼 선들에 대해서도 생각이 머무는 애니메이션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부적처럼 지니던 '함사'. 결국 나에게 소중한 것을 보호하는 것은 내가 그었던 선이 아닌 그 선이 사라지며 온전할 수 있는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