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YooTube
(출처) https://uh.dcmys.kr/69


찰나의 깨달음이 찾아왔던 곳은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계단이었다. 당시 24살이었다. 복학해서 열심히 학교를 다니며 여느 때처럼 2호선을 타려고 구로디지털단지역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머리를 탁 쳤다.


"왜 집착하는가!"


이런 메시지가 들렸고(정말 어디선가 들렸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그전까지 나는 국제기구에 취직을 하고 싶었다. 내 꿈은 '세계평화'라고 스스로에게 되뇌곤 했고, 그것을 위해서 무조건 국제기구에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저 날 이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세계평화라는 꿈은 나쁠 것이 없는데, 그 수단으로 국제기구를 고집하는 것은 일종의 집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인 하림의 노래 중에 '무언가'라는 노래가 있다. 거기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우리가 사랑했을까 그게 사랑이긴 했을까 내가 사랑했던 것 그건 너를 사랑한 나 일뿐


그랬다. 내가 집착했던 건 환상이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온 깨달음 덕분에 그 환상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세계평화라는 꿈을 잃지 않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 적어도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다음 해에 나는 회사원이 됐고,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 이후에도 저런 깨달음은 다시는 없었던 걸 보면 아무래도 회사원이 될 운명이었나 보다.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각종 회사 생활의 스킬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참 많다. 그런데 회사 생활은 어떤지, 무슨 일들을 겪으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시간 동안 회사원으로 살아남았고, 조금씩 가치를 올려왔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지난 10년을 정리할 겸 그 과정을 조금씩 써보려 한다. 이것 역시 세계평화를 위해서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읽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또는 좀 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회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세계평화로 가는 작은 한걸음이고 그것이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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