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부는 끝이 없다

유년기

by YooTube

학교 다닐 때는 내 돈 주고 다니기 때문에 공부를 조금 덜하거나 못해도 그 피해가 나에게만 왔다. 그리고 다음에 잘하면 곧바로 회복이 가능했다. 그런데 회사원이 되는 순간 생존이 된다. 이제는 돈을 받고 다니기 때문에 공부를 소홀히 하면 내가 속한 조직에 피해가 갈 수 있고, 그게 계속되면 내 가치 역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연봉이 곧 내 가치다. 그건 정말 단순하고 명확한 진리였다.


회사원이 돼도 공부는 끝이 없더라. 아니, 이제는 어딘가에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서 더 열심히 해야 했다. 당장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의 내 가치를 위해. 가치를 올리지 못하면 내가 원하는 더 즐거운 삶을 살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세계평화를 위해 더 힘쓸 수도 없다. 공부 하나가 주는 나비효과가 이렇게나 어마어마했다.


"To become an able and successful man in any profession, three things are necessary, nature, study and practice." - Henry Ward Beecher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천성, 공부, 그리고 연습)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기가 막히게 맞는 말이라 기억하고 있는 명언이다. 저런 명언은 가끔 한 번씩 되뇌어볼 만하지 않은가.




돌아보면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공부로 네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 검색광고

내가 처음 일을 하게 된 분야가 검색광고였다. 그전까지 전혀 몰랐고 관심조차 없던 분야다. 하지만 어찌하겠나, 월급을 받으려면 공부를 해야지. Second price auction, CPC(Click Per Click), Conversion rate 등 수많은 개념들을 새로 배웠다. 세금계산서, 휴폐업 사업자 등 경제활동과 관련된 개념들도 전부 새로 배워야 했다. 거의 백지였으니 거기에 쓰는 것은 오히려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노력과 시간이 들 뿐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그래도 그땐 힘든 줄은 몰랐다. 원래 젊은 혈기는 그런 것이다.


그런 지식들보다 더 큰 수확은 바로 회사의 수익모델에 대한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포털은 어떻게 돈을 버나, 그리고 그 돈이 어떻게 처리가 되고 어떻게 내가 월급을 받는가. 결국 핵심은 광고였고, 검색광고는 그 광고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고, 나는 월급을 벌어야 한다. 돈이 없다면 기업과 회사원 모두 살 수 없다. 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역시 몸으로 깨닫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것이다. 내 의도로 검색광고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것 역시 나에게 큰 운이 아니었을까 싶다.


2. 엑셀 백과사전

어느 날 갑자기 당시 랩장님(내 기준으로 2차 조직장)이 책을 한 권 봐보라며 추천을 해주셨다. 이름이 <엑셀 2010 백과사전>. 페이지 수만 1,0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 말 그대로 백과사전이라 필요할 때 찾아서 보라는 의도로 만든 책이었다. 엑셀은 이전에도 많이 썼었고, 컴퓨터 활용 자격증도 있고 했지만 랩장님의 추천이니 무작정 사서 보기 시작했다. 찾아서 보려면 뭐가 있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점심시간이나 잠깐 짬이 날 때, 그리고 회사 끝나고 조금씩 보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3개월 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그걸 말했더니 랩장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다.


"와, 대단하네. 그 책 추천한 사람 정말 많은데 다 본 사람은 네가 이제 2번째다."


덕분에 엑셀의 수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모르거나 애매하게 알던 것들도 거의 다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엑셀이야말로 회사원의 가장 큰 무기! 무작정 말 듣고 끈기 있게 한 덕분에 큰 무기를 손에 얻게 된 셈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때론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3. <유쾌한 이노베이션>

대학 시절부터 자기 계발서나 경제경영서는 이상하게 정이 안 가고 싫어서 잘 읽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책들을 읽어서 모두가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책으로 나오지 않았겠지, 그런 마음이다.


그래도 이후 회사 생활에 정말 도움이 됐던 책 한 권을 딱 꼽으라면 주저 없이 <유쾌한 이노베이션>을 꼽겠다. IDEO라는 회사의 기업문화와 관련된 책이었는데 특히 철저한 프로토타입은 큰 도움이 됐다. 이후에 일을 할 때도 일단 프로토타입처럼 뭔가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그것으로 논의를 시작해서 최종 결과물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은 나만의 큰 원칙이 됐다. 당연히 일단 눈에 보이면 더 빠르게 진행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책 말고도 세상에 좋은 책은 수도 없이 많기에 더 중요한 건 어느 하나를 실천하는 것인 것 같다.


4. 스마트폰

내가 처음에 회사원이 됐을 때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폰이 등장하더니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어버렸다. IT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나 역시 스마트폰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결국 모든 것이 공부다. 게다가 이런 새로운 분야는 단순히 책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이것저것 써보고 하면서 익힐 수밖에 없다.


다행이었던 건 굉장히 빠른 시기에 이런 큰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지나서 이런 변화가 찾아왔다면 내가 빨리 적응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부정해도 사람은 계속 늙고, 늙을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예전처럼 이것저것 다 체험해보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런 큰 변화가 회사 생활 초반, 20대일 때 찾아왔기에 그 변화는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이것 역시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여기서 말한 네 가지 중에서 가장 즐겁게 익혀나갔던 분야기도 하다. 얼마나 재미있나, 지금도 하루 종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끼고 있는 걸.




나는 운이 정말 좋았다. 공부에도 운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때를 만나서, 덕분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평소에 사람들을 잘 찾아가고, 인사하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 사람들의 고마움을 전혀 모르는 건 또 아니다.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다. 여기서라도 한 번 말해야겠다.


고맙습니다. 도와주신 많은 분들. 저도 다른 사람들 많이 도울게요. 그리고 기회가 되면 꼭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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